1919년 3월23일 베니토 무솔리니가 전투자 동맹(Fasci di Combattimento)을 결성했다.이것은 이탈리아의 첫 파시스트 정당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파시스트 정당이었다. 그 구성원들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참전파 사회주의자들, 생디칼리스트, 보수적인 퇴역 군인들, 미래주의 예술가들 등 좌에서 우까지 잡탕이었다.
이 잡탕 정당은 점차 사회당과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국가주의를 내세워,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바의 파시즘으로 나아갔다.
파시즘은 '전투자 동맹'의 '동맹', 이탈리아어로 파쇼(fascio)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은 본디 '묶음'이라는 뜻이고 확대된 의미라야 '결속ㆍ단결' 정도였지만, 오늘날에는 독특한 정치적 의미, 즉 국수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이며 지극히 반공적인 정치 운동의 주체를 뜻한다.
파쇼주의 즉 파시즘은 대체로 반합리주의, 불평등한 인간관, 폭력 숭배, 엘리트주의, 인종주의 따위를 구성 요소로 삼는다.
파시즘은 정치적으로 심하게 오염된 말이어서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다르다.
독일의 파시즘 연구가 에른스트 놀테는 파시즘을 양차 세계 대전 사이의 유럽에 특유한 현상으로 이해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천황제 파시즘이나 제3세계의 민간ㆍ군사 파시즘은 물론이고, 전후 유럽이나 미국의 네오파시즘이나 네오나치즘도 파시즘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사회이론이나 마르크스주의적 입장에 선 파시즘론에서는 현대 사회의 모든 반동적 독재 정치 운동을 파시즘이라고 부른다. 파시즘이라는 말은 일상어에서도 심한 인플레를 겪었다.
그래서 옳지 않은 것, 나쁜 것, 싫은 것은 모두 파시즘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파시즘이라는 말이 진부해져 변별성을 잃을 때가 파시즘이 발호하기 좋을 때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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