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ㆍ장난전화 꼼짝 마!" 전화를 건 사람의 번호가 수신자의 전화기에 표시되는 '발신번호표시'(Caller ID) 서비스가 다음달 1일 도입된다.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5개 이동전화사는 예약 가입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한 달간 무료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뒤 5월부터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벨이 울리는 동시에 액정화면에 발신자 전화번호가 찍혀 전화를 골라 받을 수 있다. 통화중이나 부재중 걸려온 전화번호 확인도 가능하다.
발신자가 자신의 번호 표시를 원치 않을 때는 사업자에 '회선 블로킹' 서비스(무료)를 신청하거나 전화를 걸 때 전화번호 앞에 식별번호(한국통신 169, 하나로통신 **, 이동전화 *23#)를 붙여 누르면 된다. 발신번호 표시는 유료, 발신표시 제한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한국통신은 12일부터 고객센터(국번없이 100)에서 서비스 신청을 받고 있다. 이용요금은 가정용의 경우 월 2,500원, 기업용은 2,800원. 그러나 구형 교환기가 설치된 지역에서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현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가입자는 서울 지역 48%, 전국 65%로, 연말까지 이를 각각 62%, 72%로 높일 계획이다. 080-727- 1870(무료 자동응답전화)로 전화해 본인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서비스 가능 여부를 안내해준다.
한국통신은 또 기능시험을 통과한 단말기에 인증마크를 부여, 단말기 구입시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LG전자 다인텔레콤 등 6개 업체 8개 제품이 인증마크를 받았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모든 가입자가 신청만 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6일부터 콜센터(국번없이 106)와 지역 고객센터에서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요금은 월 2,000원.
이동전화사들도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개발,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발신번호 외에 발신자의 이름 또는 애칭을 표시해주는 '발신자 애칭표시', 발신자가 지정한 소리로 벨이 울리거나 캐릭터를 화면에 띄워주는 '캐릭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9일부터 대리점이나 지점, 고객센터에서 가입 신청을 받고 있으며, 휴대폰에서 '1535'으로 전화하거나 인터넷(www.011e- station.com)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LG텔레콤은 4월 한 달간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5월이후 서비스를 계속 받으려면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문의 1544-0019, www.my019.co.kr
한국통신프리텔ㆍ엠닷컴도 고객센터(휴대폰으로 114)와 인터넷(www.magicn.com)에서 예약 가입을 받고 있다. 신세기통신의 경우 휴대폰에서 114번으로 전화해 신청하면 된다.
이용 요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5개사 모두 유선전화보다 다소 비싼 월 3,500원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이동전화사들은 특히 유선전화와 달리 발신번호표시를 신청한 경우 회선 블로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이용자간 형평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자유로운 선택권을 제한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발신번호표시 서비스 Q&A
-발신번호표시 서비스를 받으려면.
유선전화는 액정화면을 갖춘 전용 전화기나 기존 전화기에 부착해 쓰는 단말표시장치를 구입하고 사업자에 신청하면 된다. 한국통신의 경우 서비스가 되지 않는 지역이 많으므로 서비스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동전화는 신청만 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모든 전화번호가 다 표시되나.
유선전화와 이동전화 모두 표시된다. 단, 공중전화를 이용할 경우 표시되지 않는다.
국제전화도 나라에 따라 표시되지 않을 수 있다. 또 건물내 사설교환기를 사용하거나 인터넷폰으로 전화할 경우 번호가 표시되지 않거나 다른 번호가 찍힐 수 있다.
-내 번호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지 않게 하려면.
전화를 걸 때 상대방 번호 앞에 식별번호(한국통신 169, 하나로통신 **, 이동전화 *23#)를 붙여 누르면 된다. 모든 발신전화에 대해 번호 표시를 원치 않을 경우 '회선 블로킹'을 신청하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범죄신고(112) 화재신고(119) 사이버테러 신고(118) 등 특수전화의 경우 항상 번호가 표시된다. 장난전화 예방과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다.
-번호 표시를 거부한 전화를 받지 않으려면.
'익명전화 수신 거부'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이 경우 번호 표시를 거부한 전화를 교환기에서 차단, 아예 전화 벨이 울리지 않는다.
-모든 서비스가 유료인가.
발신번호표시 서비스는 한국통신 월 2,500원, 하나로통신 2,000원, 이동전화 3,500원(예정)의 이용료를 받지만, 회선 블로킹 서비스는 무료다. 또 발신번호표시를 신청하면 부재중(통화중) 번호 확인, 익명전화 수신 거부 등을 별도의 이용료 없이 제공받을 수 있다.
-전화협박이나 폭력을 당했을 때 무료로 제공되던 기존 발신번호확인 서비스는 폐지되나.
그대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발신번호표시 서비스는 누구나 신청만 하면 이용할 수 있지만 이 서비스는 전화폭력을 당했다는 증빙자료(녹음테이프 등)를 제출해야 한다.
-폴더 휴대폰의 경우 폴더를 열면 바로 통화 연결이 되는데.
번호 확인 후 통화를 하려면 단말기 환경설정을 바꿔주면 된다. 외부창에 번호가 표시되는 듀얼 폴더 제품을 이용하면 폴더를 열지 않고도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시민단체 "서비스요금 너무비싸" 인하 촉구
현재 잠정 책정된 발신자번호 표시 서비스 요금은 유선 2,000원, 무선 3,000~3,500원 선.
그러나 이 요금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통신업체의 잇속 챙기기에 소비자만 희생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성명을 발표, 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가 '부가서비스'의 일종인 발신자 번호표시 서비스를 마치 '기본통화서비스'인 것처럼 터무니 없는 가격을 책정했다며 가격 수준 재고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 서비스가 과연 가입자 1인 당 2,000~3,000원 가량의 요금을 받아야 할 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통신 업체들은 서비스 총투자액과 원가 등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동통신 업체들이 휴대폰의 발신자 표시 서비스 요금을 유선보다 1,000원 이상 높게 책정할 예정이어서 비난의 소리가 높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동통신 업체들이 이 서비스를 위해 신규 투자한 자금은 약 300억원으로, 약 1,3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SK텔레콤의 경우 매월 1인당 3,000원씩 가입자 1,000만 명에게 한 번만 요금을 받아도 모두 회수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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