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는 내용이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 멜 깁슨 주연의 영화 '컨스피러시'처럼 상상을 초월한 '음모론'의 세계로 독자를 빨아들인다.중국 창춘(長春) 출신의 조선족으로 현재 캐나다 화폐경제개혁위원회(COMER)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이리유카바 최(62)가 내놓는 정황증거는 무척 정교하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독일 로트칠트 가문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174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인 마을에서 태어난 마이어 로트칠트가 금융업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이 재산을 5명의 아들이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이들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셋째 아들 나탄은 교묘한 주식 매매로 영국에 간 지 17년 만에 처음 갖고 있던 돈을 2,500배로 불렸고, 프랑스에 건너간 다섯째 아들 야콥은 프랑스 전 은행 자산 보다 1억 5,000만 프랑이 많은 6억 프랑의 자산을 소유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은행가였던 J.P.모건 역시 로트칠트 가문의 대리인이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저자의 본격적인 '음모론'은 로트칠트ㆍ록펠러ㆍ골드만삭스 가문 등이 1913년 탄생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손에 넣은 후부터 펼쳐진다.
FRB는 통화량을 마음대로 늘이고 줄임으로써, 그리고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1929년 세계 대공황까지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는 "1929~33년 FRB가 통화량의 3분의 1을 줄였다는 사실은 대공황을 만든 장본인이 FRB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프리드먼의 지적 등이 적절히 인용된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나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들 환전꾼의 작품이라는 저자의 주장에서 책의 의도는 선명히 드러난다.
IBRD와 IMF가 주도하는 세계화와 자유무역, 그리고 이들이 빈곤국에 강요하는 구조조정과 관세 철폐 등은 바로 '빈곤의 세계화'를 통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자신들의 노예국으로 만들려는 장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막기 위한 범세계적인 대안으로 공채 대신 지폐를 발행할 것, FRB와 지불준비금 제도를 없앨 것, 지역 화폐를 유통시킬 것, 모든 외환 거래에 세금을 부가할 것 등을 제안했다.
현재 세계 경제를 조망하며 "늘어나는 것은 유식한 경제학자와 국가의 빚뿐"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허황한 것 같지만은 않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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