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2002학년도부터 정신적, 물질적으로 학교 발전에 기여한 인사의 자녀에게 입학시 특혜를 주는 '기여우대입학제'를 도입키로 하고 교육인적자원부에 이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요청했다.이를 놓고 사립대학 재정개선을 통한 교육내실화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찬성론과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찬성] '평등' 매달려 교육황폐화 대학경쟁력 강화 유일방책
한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한 가장 중요한 원동력으로 지목되던 교육이 이제는 가장 흉물스러운 시한폭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발전을 주도하기는커녕 한국인의 삶의 질을 옥죄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대학이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학생들의 장학금 및 복지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필수적인데 현재는 해결방안이 세 가지밖에 없다.
정부 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안,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안, 기여우대 입학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부 재정력이 근본적으로 제한돼 있고, 등록금 인상 역시 구조적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남아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기여우대 입학제를 도입하는 것 뿐이다.
미국은 사립대학들이 재정의 14%, 영국은 20%, 일본은 8.6% 정도를 기여금에서 충당하데 반해 우리는 4.5%만을 충당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대학 교육에서 사립대학이 담당하는 비중은 85%나 되지만 정부 지원금은 사립대학 예산의 3%에 불과하다.
설령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국립대학 수준으로 확대한다 해도 국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준비된 사립대학들에 대해 스스로 사회적 자원을 유치,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지 않으면 안된다.
기여우대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는 '평등'의 훼손 가능성이다. '학벌카스트'사회라 할 만한 우리나라에서 대학입학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표면적인 평등을 내세우는 사이, 내용적으로는 교육이 황폐화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물질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녀들은 도피유학을 떠나고, 우수한 인재들은 절망유학을 떠나고 있다.
99년을 기준으로 유학중인 대학생은 15만4,000명에 달한다. 초ㆍ중ㆍ고생 역시 매년 1만4,000명 정도 빠져나가고 있다. 이들로 인한 외화유출은 연 5조~7조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세대는 최근 기여우대 입학제의 도입방침을 발표했다. 99년부터 농어촌출신, 소년소녀가장, 장기복무하사관 자녀 등 '음지의 기여자'에게 입학상 특혜를 주어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전체 사회와 대학에 정신적, 물질적 기여를 한 사람에게도 혜택을 할애하자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입학기회를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정원외 입학'을 원칙으로 하고, 대학입학증을 단순히 돈과 맞바꾸는 행위 역시 용인하지 않기 위해 기여후 10년 정도의 시간 경과를 요건화했다.
대상 선정과 재원 관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독립된 위원회 설치를 명문화했다. 위원회에는 2인 이상의 시민단체 대표와 학부모, 동문, 교수 등이 참여할 것이다. 확보된 재원은 전액 학생들을 위해 쓰인다.
이 제도를 바람직하게 활용하면 대학이 살아나고 사회적으로도 기여문화가 발아될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을 '사회적으로 양육'함으로써 미래의 지도자로서 대학인이 갖춰야할 도덕적 책무를 분명히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종수·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반대] 입학 '공개입찰' 교육권 침해 배금주의 가치관 조장우려
교원정년단축과 교육개혁의 실패로 초ㆍ중등 교육이 총체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대학교육마저 붕괴될 것이다.
교육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된 우리가 교육 황폐화를 초래하게 될 기여입학제를 논의한다는 자체가 잘못이다.
기여입학제는 사립대학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도(正道)가 아니다. 근시안적인 편법이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입학과 교환하는 기부금제를 정도라고 한다면 대리시험도 정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립대학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기여입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궁여지책도 정당해야 하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도둑질을 했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듯이 궁여지책으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자는 것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기여우대입학제가 되었든 기여입학제가 되었든 그럴듯하게 포장한 수식어를 떼어내면 기부금입학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입학이라는 상품을 공개적으로 매매하는 입학공개입찰제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선불로 기부금을 내면 훗날 그 자녀를 입학시키고, 기부금은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장학금으로 지급함으로써 모든 학생에게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합리적인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마치 부자의 재산을 도둑질해서 가난한 자에게 균등하게 나누어주는 행위가 정의로운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기여입학제는 사학재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당위성, 합법성, 윤리성의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기여입학제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능력은 학생의 학습능력을 의미하는 것이지 부모의 재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여입학제는 교육의 근본을 부정하는 망국적 발상으로서 실적주의, 능력주의를 말살시키고 배금주의 가치관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자녀의 교육이 부모의 빈부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교육재정 운영의 기본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립대학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의 GDP 대비 교육투자율이 6∼7%가 되며, GDP 대비 고등교육비가 1% 수준이며, 총교육비 중 고등교육비가 19%에 달하고 있다.
우리는 GDP 대비 교육투자율이 4.4%에 불과하며, GDP 대비 고등교육비는 0.4%이고, 총교육비 중 고등교육비는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선 교육재정을 GDP의 6% 수준으로 확충함과 동시에 총교육비 중 고등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할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고등교육비의 일부를 사학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 방법이다. 교육재정 GNP 6% 확보는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으므로 최고정책결정자의 정책의지에 따라서 충분히 실현가능한 것이다.
윤정일·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네티즌 나도 한마디
'기여우대입학제'와 관련, 한국i닷컴(hankooki.com) 토론마당에서도 네티즌들이 팽팽한 찬반논란을 벌였다.
●양성화로 투명운영을
과외나 유학 등 교육의 많은 부분에서 이미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신문에도 교수와 짜고 돈을 주고 받으며 입학하는 학생들의 기사가 난다. 차라리 기여입학제를 양성화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낫다.
요즘 사립대 등록금이 정말 비싸다는데 기여입학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줌마
●맑은정신 갉아먹을 제도
당장은 재정적인 도움은 주겠지만 향후 사람들에게 황금만능주의를 부추기고 미래의 맑은 정신을 갉아먹을 것이다. /김선욱
●교육환경 개선 기회
기여입학제 문제가 나오면 사람들은 기계적 평등주의를 이야기하는데 감정적 만족감을 줄 뿐이다. 기계적 평등주의가 기여입학이 다수에게 제공하는 질좋은 교육 환경을 대체할 수 있을까. 분배나 운영절차가 문제이지 도입 자체는 찬성한다./선생님
●감사·감독 잘 될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다른 나라와 달리 경제적, 사회적, 신분적 규정성과 연관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기여입학제를 실시한다면 그 괴리는 정도를 더해갈 것이다.
특히 감시감독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결국은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 될 것이며 결국 대학 간판을 돈으로 사고 파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revolino
●기부금 '공적' 운영을
기여입학을 할만한 사람들은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하고 있다. 거기에서 오가는 돈은 개인이 착복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기여입학제를 허용해 그 돈들이 공적인 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미진
●"차라리 입학권 팔아라"
서울대 얼마, 연세대 얼마. 상아탑에서 부조리 사회구조를 합리화하고 면학분위기 해치지 말라. 그럴바에야 그냥 가두에서 입학권을 판매하라. /학생
●사학법 개정 우선돼야
얼마전 재외국민 부정입학 사건 안보셨나요. 어떻게 막아도 부정 다 저지릅니다.
기여입학제가 억울하시면 사학법 개정에 더 관심을 기울이세요. 사학이 투명해지면 부정을 못저지르니까요. 사학법 개정이 안되면 여러분이 기여입학제 찬성 안해도 그냥 비공식적으로 계속 한다니까요. /기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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