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의 연고권 문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어 올 프로축구는 시작부터 파행위기를 맞게 됐다.프로축구연맹은 2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프로연맹과 일화구단에 일임한다"는 것 외에 아무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이 문제는 성남시가 올해 또 다시 종교단체의 압력에 못이겨 일방적으로 일화의 연고지 철회를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파문이 커지자 성남시는 '2002년 월드컵 때까지 연맹명의로 경기장 사용신청을 할 수 있다'는 안을 내놓았고 연맹은 '월드컵까지로 기한을 못박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1년단위로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화는 "연고권 협약에 법적 하자가 없어 경기장 사용기한을 명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3일 리그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강경하게 반발했다.
일이 이렇게 심각하게 된 것은 종교단체도 문제지만 압력에 굴복한 꼴이 된 성남시장과 미봉책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프로연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다.
축구인들은 '축구는 인종 종교 정치적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아선 안된다'고 규정된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을 들며 "월드컵을 유치한 나라에서 종교적 차별대우가 발생해서 되느냐"며 분노한다. 문제해결은 성남시에 달렸다.
경기장을 무상제공하면서 구단을 유치하려는 유럽 도시들을 본받지는 못할 망정 종교단체 압력으로 시민들이 축구를 즐길 권리마저 빼앗아서는 안된다.
프로연맹도 반성해야 한다. 프로축구계의 입장을 밝히고 정부의 중재를 요청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해야 했다. 종교문제로 프로축구가 파행을 겪는다면 월드컵 유치국으로서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축구인들은 2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프로축구연맹과 성남시장간에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타협에 대해 비판하고 성남시장의 각성을 촉구했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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