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는 쇼, 퍼트는 돈.' 프로골퍼들에게 회자되는 말이다. 야구로 치면 '홈런은 쇼, 결승타는 1승'쯤 될 것같다.하지만 야구에서 홈런만큼 팬들을 열광케 하는 요소도 드물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비 루스가 아직까지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프로야구에서도 최고의 스타는 '홈런왕' 이승엽(삼성)이다. 99시즌 54개의 홈런을 때리며 단숨에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지존의 자리에 올랐다.
이승엽이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단 1개의 홈런도 쳐내지 못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늦게 발동이 걸리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타격폼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른발을 허리춤까지 들어올리며 타격하는 '외다리타법'(사진 왼쪽)을 고수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른 선수들과 비슷한 정상적인 스퀘어스탠스(오른쪽)로 타격하고 있다.
'외다리타법'은 타격때 무게중심을 왼발에 실을 수 있어 파워배팅이 가능하다. 당연히 비거리가 늘어 홈런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타격포인트가 흔들리기 쉽고 폼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아 정확도는 떨어진다는 게 박노준 SBS해설위원의 분석이다.
정상적인 스탠스는 파워는 떨어지지만 정확도가 훨씬 좋아진다. 이승엽은 "타격폼을 바꾼 이유는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약점으로 지적돼온 몸쪽 낮은 볼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올 시즌 홈런을 많이 때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박노준 위원은 "비거리가 100m이거나 120m이거나 펜스를 넘어가면 모두가 홈런이다.
이승엽은 파워를 앞세운 슬러거라기보다 배트스피드가 뛰어난 타자다. 따라서 정확도가 높아진다면 안타는 물론 홈런도 늘어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승엽이 지난해 말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서 타격폼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조언을 구했던 백인천 전 삼성감독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백 감독은 "폼이 바뀐 것도 문제지만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스퀘어 스탠스를 취하면 타이밍을 맞추는데 수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백 감독은 "타격은 하체의 힘에 따른것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동계훈련을 충실히 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
투수들이 이승엽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투수들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홈런왕 이승엽이 변신이 성공할 수 있을지 두고 볼이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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