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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또 바뀌나.."

입력
200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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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학년도 수능시험을 올해보다 어렵게 출제한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발표에 대해 대다수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특수목적고 등 일부에서는 반색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서울 배재고 박상섭(朴尙燮) 진학실장은 "고3생은 연합고사를 거치지 않는 등 공부에 절박감이 없는 세대"이라면서 "이런 수험생들과 '어려운 수능'을 대비하자니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경복고 김홍선(金洪善) 교사는 "지난해 성적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했던 진로지도 계획을 다시 짜야할 판"이라고 말했으며, 반포고 관계자는 "수능이 어려워지면서 정시보다는 수시모집 경쟁이 치열해질 것같다. 공정한 선발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3생과 학부모들은 더욱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H고 성모(18)군은 "이제 와서 수능 난이도를 높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결국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하라는 말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K고 임모(18)군은 "한가지 재능만 있으면 대학에 갈 수가 있다고 하더니 필답시험을 어렵게 내면 어떡하느냐. 결국 재수생만 좋게 됐다"고 걱정했다.

학부모 박모(47ㆍ여ㆍ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쉽게 나올거라는 여러차례발표를 통해 딸아이는 물론 나 자신도 신경을 안썼는데, 당장이라도 과외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했다.

이날 서울 강남의 한 고교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이번에도 난이도 실패가 있지 않겠느냐"는 등 새 수능 발표안을 두고 불안해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비평준지역 명문고 등은 변별력 상실 등 '쉬운 수능'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잘됐다"고 반기는 분위기. 한성과학고 관계자는 "시험이 어려워진 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면서 "수시모집보다는 정시에 초점을 맞춰 입시지도를 펼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비쳤다.

종로학원 김용근(金湧根) 평가관리실장은 "그동한 학업에 소홀했던 수험생들을 책상 앞으로 돌아오게 하는 자극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학업보다는 특기와 적성을 강조했던 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받을 충격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입시전문가들은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 재수를 기피했던 중ㆍ상위권대 신입생들이 '잠재적 재수생'으로 변신, 대학가와 학원가에 큰 변동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입시관계자들은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2002학년도 입시부터 도입되는 수능등급제가 성적에 따라 공정하게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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