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가 "내년 대선에서 도울 사람을 돕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뒤질세라 YS 진영에서도 "YS의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대권을 잡기가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 김씨가 경쟁적으로 킹 메이커론 세일즈 광고에 나선 것이다.■결론적으로 말해, 두 김씨 측이 생각하는 킹 메이커의 논거에는 허황한 구석이 있다. 왜 허황한가는 킹 메이커론의 배경과 그 의도를 살피면 금세 알게 된다.
YS 진영의 논거는 부산과 경남 사람들이 YS의 의중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이고, JP의 논거는 이 사람이다 라고 점지하면 충청권에서 모두 그 사람에게 몰표를 던질 것이라고 믿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이 믿음을 근거로 YS는 누구는 예의가 있고, 누구는 인간이 안됐다는 등의 구름 위 인물평을 하고, JP는 여야 대권 주자들이 추파 보내 오기를 구름 위에 앉아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믿음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다. 지역정서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중부권 충청권은 물론 영남과 호남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지난해 총선 때 그 변화의 싹이 보였다.
영남에서 YS의 영향력은 퇴조하고 있다. 그가 지지했건 안 했건, 그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나왔던 사람들은 외면 당했다. JP는 어땠는가.
참패했다. 여당의 의석수가 많고, 공동정권의 지분마저 없었다면, 그는 지금쯤 떠밀려 났을지도 모른다.
■툭 까놓고 얘기하면, 이런 식의 킹 메이커론은 계량할 수 없는 지역감정을 내세워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선거 때 표 몰이 해 주겠다면서 접근해 이문을 챙기려는 선거 브로커와 무엇이 다를까. 킹 메이커론에는 숨은 그림이 하나 있다.
비록 대권엔 도전하지 않지만, 내겐 남을 해코지 할 무기가 있다는 방어적 암시가 교묘히 숨어 있는 것이다. 두 김씨는 역시 연부역강(年富力强)하다. 정치는 여전히 3김씨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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