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시학원들의 고교생 모의고사를 둘러싸고 교육인적지원부와 각 고교간에 신경전이 재연되고 있다.23일로 예정된 대성학원 등 두 사설학원 주관 모의고사에 많은 고교생들이 응시하게 되자, 교육부가 모의고사 전면금지 조치를 내세워 응시학생 소속 학교장을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일선 교장들은 대다수 학생이 자신의 학력수준과 전국석차를 알고 싶어하고, 학부모들도 원하는 시험이어서 허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해묵은 논란을 보면서 우리는 도대체 교육당국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징계엄포까지 놓아 가며 막을 이유가 무엇인가.
대학별 본고사가 없는 우리나라 대입전형에서는 수능시험 성적이 합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료이고, 그 시험의 전국석차는 대학과 학과 선택에 유용한 정보요 기준이다.
교육부는 97년 사설학원 모의고사가 사교육비를 늘리고 과외를 조장하는 요인이라는 이유로 고3학생에 한해 연간 2회를 허용해 오다 올해부터 전면금지에 들어갔다.
사교육비란 것은 1만원 정도의 응시료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정도 지출까지 걱정할 만큼 교육당국이 한가한 곳인가.
과외도 대학의 자율과 책임을 무시한 일률적 입시제도 탓이지, 모의고사 때문이라는 논리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는가.
교육부는 사설학원 모의고사 금지 조치를 취한 뒤 현실적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 시ㆍ도 교육청별 학력측정고사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 계획에 따라 지방별로 일제고사를 준비하고 있다니, 사설학원 시험은 과외 조장이고 교육청 시험은 그것과 무관하단 말인가.
모의고사가 교육에 해롭다면 일제히 금지시킬 일이지, 없던 관제 모의고사를 만들면서 사설학원 시험을 금지시키는 것은 월권이고 횡포다.
전국 석차를 짐작하기 어려운 지역단위 관제시험이 학생들의 외면을 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차라리 평일로 예정된 사설학원 시험을 주말이나 공휴일로 옮기도록 조정해 정상수업에 지장이 없게 하는 것이 당국의 소임이 아닐까.
교육당국은 2002학년도 대입전형부터는 수능시험이 자격시험 성격으로 바뀌어 전국석차가 무의미하게 된다고 판단해 이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얼마 전 발표된 각 대학 입시요강에는 여전히 수능이 가장 중요한 잣대로 남았다. 자연발생적 수요를 강제로 막다가 불필요한 마찰을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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