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아줌마'가 끝났다고 한다. 드라마는 여러 모로 화제작이었던 모양이다. 막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말로 '담론'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우리 사회에서 아줌마가 무엇인지는, 정치권 인사들이 어느날 출연진을 찾아가 사진찍는 허튼 제스처보다 훨씬 무겁고 진지한 주제다.
게다가 드라마 '아줌마'는, 지식인ㆍ교수로 포장된 남자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속물적이고 기만적인 작태가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서 매우 통렬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21세기라고 하는 오늘, 진정으로 고민하고 고통을 느껴야 하는 주제는 다름아닌 '장진구'이고, 그를 길러낸 우리 가정이며 교육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 '장진구' 또는 '장진구 같은 인간'을 누가 어디서 양산하고 있는지 우리는 좀더 심각하게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아줌마'의 작가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줌마 비판 대목이다.
"나를 포함해서 아줌마는 능멸당해 싼 요소가 너무 많다. 왜냐하면 아직도 극우보수가 가장 이용하기 쉬운 만만한 집단이 아줌마다.
분유광고를 보면 '이거 안먹이면 너네 아이 바보돼!'라는 식으로 거의 공갈 협박을 하는데도 그걸 싹 무시하지 못해 전전 긍긍하고, 내 자식만은 반드시 '메인 스트림, 거기 낑겨들게 하리라'고 남몰래 다짐을 하는 것이 아줌마다. 그래서 교육개혁이 안 되잖냐."
그러고 보면 아줌마는 '장진구'를 길러낸 장본인일지 모른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신문특집(17일자 한국일보) 제목이 오늘 우리 사회 '병인(病因)으로서의 아줌마'를 잘 고발하고 있다.
내 아이는 남다르고, 내 아이만은 특별해서 외국산 명품 브랜드를 입히고 먹이고 감싸야 하며, 원어민 강사 찾아 남보다 먼저 영어 유아원에 집어넣어야 하고, 아놀드 파머 상표붙은 골프 웨어 입히고 골프채 들려 '영재교육'에 나서야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바로 우리의 아줌마다.
그렇게 해서 나만 아는 아이,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 나이 40이 가까워도 부모 도움 없이는 제 앞가림을 못하는 애어른, '메인 스트림'에 '낑겨'들지 못하는 것이 두려울 뿐 공동선이며 사회정의 같은 일은 관심두는 것조차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무수한 '장진구'들을 우리는 지금 우리 스스로 길러 사회 곳곳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교육현실에 대한 반성은 지난 17일 김대중대통령에 의해 그야말로 '통렬하게'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오늘의 교육위기에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공교육 '붕괴'현상을 반성하면서, 교육이 이제부터 길러내야 할 인간형으로 "창의력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모험심이 강한 인재"를 제시했다.
창의력, 또는 창발력이 있는 인간, 소신에 따라 과감하게 추동력을 발휘하는 벤처, 또는 프런티어 정신- 이런 다이나믹한 인간상이 '내 아이만은 특별하다'는 과잉보호 아래에서 길러지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내 아이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다 특별하며, 거꾸로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모두 똑같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나 혼자서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사실을,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까지를 일깨우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어야 하고, 또한 이 세상 모든 아줌마들이 그 가르침의 몫을 나누어 맡아줘야 하는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장진구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할 것이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생활문화, 남을 딛고 올라서야만 경쟁에서 이기는 서열사회, 거기다가 이 세상 모든 상업광고가 아줌마들을 '협박'하고 이 세상 모든 대량매체가 '돈불리기'만이 지선지미(至善至美)란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사회에서 교육이 감당할 일은 정말 난감하고도 절박하다.
정달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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