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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서 가슴찡한 열연 이영애 - "각본에 없는 눈물 절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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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서 가슴찡한 열연 이영애 - "각본에 없는 눈물 절로 나왔어요"

입력
200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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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할 때면 이영애(29)는 경복궁 근처 화랑에서 만나길 좋아한다. '공동경비구역 JSA' 때는 국제화랑, 이번에는 금호미술관에서였다.고상한 척하는 건 아니다. 시간이 나면 이따금 이곳에 들른다는 사실은 " '미술 속의 시간' 전시회 때도 왔었지요" 라는 큐레이터 신정아씨의 귀띔에서 알 수 있다.

사진작가 강운구씨의 초대전 '마을 3부작' (25일까지)이 열리고 있었다. 흑백에 담긴 강원 오지의 풍경과 사람들.

그 표정들을 한참이나 둘러 보았다. 거기에서 이영애는 무엇을 느꼈을까. "모두 말없이 세상과 작별하려는 것 같아요. 너와집, 투박한 농부의 손, 내리는 눈조차. 슬프면서도 편안해 보여요."

그러고 보니 강운구씨가 써놓은 "시간과 겨루기에서 슬프지 않은 것은 없다"는 구절에 그는 공감하고 있었다. 영화 '선물'의 개봉(24일)을 앞두고 있어 더욱 그런 생각이 든지도 모른다.

슬픔은 사라져가는 자의 몫이 아니라 그 시간을 지켜보는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불치병이 걸린 아내 정연으로 그는 자신에게 가장 큰 선물인 '개그맨 남편 용기(이정재)'의 웃음 속의 절규를 보며 고요히 눈을 감는다.

'한 줄기 눈물' 만이 볼을 타고 흐를 뿐이다. 죽음 앞의 편안함, 행복한 순간을 담아가려는 그 모습이 남편을, 그를 보는 사람들을 더 울린다. "배우 혼자 눈물을 다 차지하는 신파극과 달리 관객의 몫을 생각했다"고 한다.

'기세' 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반칙왕' 에 이어 '공동경비구역 JSA'로 달린 송강호가 있고, '공동경비구역 JSA' 에서 '번지점프를 하다"로 점프한 이병헌도 있다.

이영애도 그렇다. 아쉬움이 많지만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에게 가속을 붙여주었다. 스스로도 그런 기운을 느낀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상황에 몰입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선물' 에서처럼 억제와 폭발의 리듬을 조절한다.

첫 영화 '인샬라' 실패 후 오랫동안 쌓아온 시간의 힘이다. 이영애에게는 5년이 걸렸다. CF스타 '산소 같은 여자' 로 편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지만 연기가 부족하고 어렵기에 더 열망했다.

삶의 다른 부분들은 단순하게 흘러가는 대로 따랐다. "때문에 이디오피아로 가서 가난한 아이들의 손도 잡을 수 있었고, 그 아이들에게서 우리가 갖지 못한 행복도 발견했고, 더불어 사는 사랑도 배웠다"고 했다.

확실히 그 즈음부터 그의 얼굴도 연기도 달라졌다. 드라마 '은비령' 이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 "얼굴에도, 연기에도 어떻게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가 보이는가 봐요. "

이영애는 시나리오를 읽고 눈이 퉁퉁 부을 만큼 울었다. 그 느낌 그대로 연기를 했다.

병원에서 "난, 아니야" 하며 울부짖는 그의 눈물연기도 각본이 아닌 촬영 현장에서 저절로 나온 것이다. 그는 '사람'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선물'도, 다음 작품으로 이미 촬영에 들어간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도 선택했다.

고민 끝에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하는 SBS TV의 70분짜리 토크쇼 '이영애의 달콤한 선물'의 진행을 맡기로 한 것도 '사람'이 보이는 새로운 색깔의 토크쇼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 '사람'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삶과 주변을 되돌아보게 하려는 소박한 소망을 가진 이영애. 배우로 오래 살아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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