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눈과 귀가 장벽에 막힌 것일까.한치 앞도 내다 보지 못한 건강보험 재정파탄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에 대한 보고라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일부 참모들이 올리는 낙관적 전망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냐는 것. 실제 여당 의원이나 국책기관에서 올리는 보고서가 묵살되거나 변질되는 사례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장 문제가 불거진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지난 해 9월 청와대에 '과도한 수가인상은 재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의료계 파업 무마용으로 보험수가를 6.5% 인상할 무렵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문건은 대통령에게 전해 지지 않은 채 중간에서 사장됐다.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 경제는 좋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이라고 낙관론을 펴자 김근태 최고위원은 "하반기에 경제가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대통령이 직접 하지 않고 장관들이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장밋빛 보고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깔고 한 말이었다. 실제 여당 내에선 "KDI 등 국책연구기관에서 작성된 보고서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부정적 보고서가 만들어지면 해당 연구기관장에게 좋지 않은 소리가 돌아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실물경제를 피부로 느끼는 국책은행의 보고서가 재경부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과정에서 내용의 절반 정도가 생략된다" "공적자금 추가투입 논란이 있을 때도 현장과 접해 있는 기관들의 보고서가 대폭 축소된 채 올라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현 정부의 경제팀 중에 이런 저런 문제점이 노출된 인사가 '보고의 귀재'이기 때문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등등은 여권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얘기들이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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