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단위 경제 회생 대책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반발로 경제난에 허덕이던 아르헨티나가 정치 위기까지 맞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 주 발표된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규모 긴축정책에 반발해 주요 장관들이 잇따라 사퇴했다.정책에 반대하는 노조 중심의 저항도 거세다. 거국 내각 구성 등 사태 수습이 시작됐지만 가뜩이나 불안한 아르헨티나 경제가 더 악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페르난도 델 라 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19일 정국 안정을 위해 의회에 거국 내국 구성을 제의하면서 경제부 장관에 야당 출신의 도밍고 카발로 전 장관을 새로 임명했다. 카를로스 메넴 정권에서 경제부 장관을 맡았던 카발로는 1990년대 초 환율 안정 정책으로 폭등하던 물가를 끌어내려 국내외의 신뢰를 받은 인물이다. 델라루아 대통령은 21일까지 새 내각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17일 페데리코 스토라니 내무부 장관과 우고 후리 교육부 장관, 마르코스 마콘 사회개발부 장관 등 3명은 정부의 긴축 정책에 반발해 잇따라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의 사임은 전날 정부가 3년 동안 80억 달러의 재정 지출을 축소키로 한 데 반발한 것이다. 델 라 루아 대통령이 이끄는 급진당과 연정을 구성한 좌파 프레파소당은 교육ㆍ사회 보험에 대한 정부 지출의 대규모 감축에 반대하면서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자당 출신 각료들을 모두 사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자들 역시 총파업을 예고하며 정부 정책에 거세게 반대했고, 교육비 9억 달러 삭감에 반대한 학생들도 시위에 나서는 등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지난 해 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으로부터 397억 달러의 차관을 긴급 도입한 아르헨티나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지난 해 70억 달러 등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국내총생산의 54%에 이르는 1,237억 달러 규모의 부채, 스태그플레이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처방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권은 이른바 '페론주의'를 청산하기 위해 고육책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남미 제 1의 경제국이였던 아르헨티나에서는 과거 후안 페론(1946~55년) 대통령 때부터 인기에 영합한 정치인들이 막대한 국부를 재투자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무조건 배분, 오히려 경제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델 라 루아 대통령이 이 같은 페론의 유산을 청산할 수 있을 지도 경제 회생의 관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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