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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의보수습' 비상 / "국정능력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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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의보수습' 비상 / "국정능력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0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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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정책이 실패한 데 그치지 않고 현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을 도마위에 오르게 한 악성 사건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나아가 이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연초부터 '강력한 정부론'을 내세운 국정운영 기조가 흐름이 끊기고 임기 후반의 국정까지 뒤틀릴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우려 섞인 판단이다.

심각한 인식이 잘 드러나는 대목은 내주 초 단행될 개각의 성격 변화다. 당초 개각은 3당 정책연합에 따라 자민련과 민국당 인사들을 내각에 참여시키는 정치적 차원에서 강구됐다. 그러나 재정파탄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각은 문책성, 국정 쇄신 차원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등 여권 일각에서는 문책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아예 주중에 개각을 단행하자는 조기개각론도 나온다. 그러나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와중에서 개각을 단행해야 효과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아울러 신임 장관이 업무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제대로 대책을 내놓기 어렵고 자칫 대책의 적합성 논란에 휘말려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현 사태에 책임있는 장관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전력을 다해 대책을 마련하고, 새 내각은 그 기반 위에서 민심을 수습하고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정설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개각만으로 재정파탄의 국정혼돈이 수습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차제에 국정운영 기조를 재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된다. 재정파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론 순응적인 타협론 보다는 기준을 정하고 이를 관철하는 원칙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재정파탄을 초래한 원인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사들의 파업에 시종 끌려 다니면서 수가 인상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재정파탄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의약분업 초기에 미국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항공관제사 파업에 엄격하게 대처, 지금까지 파업 참가자들이 항공업계에 취업을 못하는 사례가 제시되는 등 원칙론, 정면돌파론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정면 대립이 초래할 후유증을 우려, 타협론을 선택했고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했다.

정부는 재정파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의사들의 파업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 같다. 의ㆍ약계의 양보, 국민들의 추가적 지출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과욕'을 가져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될 수 없다.

다소의 희생과 양보가 불가피한 점을 설득, 대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든지 아니면 원칙을 정해 밀고 나가는 뚝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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