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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JP의 벤처 폴리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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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JP의 벤처 폴리틱스

입력
2001.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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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DJP 후보단일화가 이뤄지기 전 각종 대선여론조사에서 나타난 JP의 지지율은 5% 안팎이었다.JP는 후보단일화를 통해 그 5%를 DJ에게 얹어줘 DJ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차는 1.6%포인트였다).

JP는 그 대가로 공동정권의 지분 50%를 얻어냈다. JP와 자민련이 액면대로 50%지분을 차지한 것은 물론 아니었고 내각제 약속어음의 부도는 가슴 쓰린 좌절이었다.

하지만 JP 자신이 2년 가까이 실세 총리를 지냈고 자민련 인사들이 국민의 정부 전반기 장관자리와 산하기관장 자리를 적지않게 누렸으며 아직도 JP를 국민의 정부 실질적인 2인자로 치부하는 견해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JP의 '5%투자'는 큰 성공이었다.

벤처기업을 적은 자본으로 모험투자를 해서 큰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JP의 정치산술을 벤처 정치(venture politics)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JP가 이번에는 차기 대선을 1년 넘게 남긴 상태에서 일찌감치 투자 대상을 고르고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

그는 16일 청와대 DJP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럴(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일 없을 것이다.

. '이 사람이 안되겠다' 싶으면 반대하고, '이 사람이다' 싶으면 성의껏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본인은 출마 안 하되 될 성 부른 사람을 미는 '킹 메이커' 역할을 선언한 것이다.

JP가 자신의 투자가치를 극대화하려면 97년 대선에서처럼 선거 임박까지 출마의지를 부인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벌써 불출마 패를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3김씨 중 두 김씨(YS, DJ)가 이미 대권을 차지한 마당에 혼자서 뛰는 모양이 내키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겠으나 그의 영향력이 97년 상황보다는 못하다는 판세인식도 작용했음 직하다.

그는 지난해 4ㆍ13 총선에서 DJ와의 공조를 파기하고 홀로서기를 시도했다가 큰 상처를 입었다. 회복이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장기간의 칩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한 JP는 지난 연말부터 움직이기 시작, 어느덧 차기 대선의 캐스팅 보트를 호언할 정도로 형세를 만회했다. 이제 차기 대권을 꿈꾸는 주자들은 그의 문후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40년을 버텨온 JP의 질긴 생명력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그의 뛰어난 정치감각과 경륜을 무시 못하지만 박정희 시대 이래의 어두운 유산인 지역대립구도에 힘입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키 어렵다.

어쨌든 JP는 지난 대선에서 이 유산을 잘 관리하여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에 일조를 했으며 그 자체로 일정하게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었다.

다음 대선구도도 97년 못지않게 미세한 '계가(計家)바둑'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JP의 벤처 폴리틱스는 또 한번 대박을 터뜨릴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에도 JP의 선택이 역사와 사회진보 차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지는 두고 봐야 한다.

JP가 당장의 정치적 이해만 보고 투자한다면 그의 최근 화두인 상생공득(相生共得)에는 성공할 지 모르나 자신이 늘 강조해 온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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