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인터넷 상품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해 5월 바둑팬들의 성원 속에 한국기원 자회사로 출범한 세계사이버기원(주)(www.cyberkiwon.com)의 첫 해 경영 성적표가 발표됐다.15일 열린 제1기 주주총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기원은 2000년 말 현재 회원 11만 8,000명, 최대 동시 대국자 1,700명 규모로 한국통신 i-mbc 비씨카드 등 18개 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 측면에서는 지난해 전반적인 닷컴 산업 불황과 수익 모델 부재로 인해 다소 부진해서 연간 매출액이 4,500여만 원에 불과, 7억여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사이버기원 창립을 즈음해서 우후죽순격으로 설립됐던 ICBL, 위고바둑, 대쉬앤닷컴, 플레이361 등 다른 바둑 벤처기업들도 마찬가지. 세계사이버프로리그, 바둑 인터넷 방송 및 주간지 창간 등 당초 계획했던 각종 의욕적인 사업들은 대부분 연기 또는 취소됐으며 심지어 직원들의 봉급이나 지도사범료를 연체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버기원은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금년 하반기부터 서비스 유료화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2001년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7월부터 유료화를 실시할 경우, 인터넷 바둑 인구의 2% 수준인 2만 명의 회원을 확보, 4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정보제공료, 협력업체 회원 수입 등을 포함, 금년 중 14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려 흑자 경영의 기반을 굳힐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버기원은 이날 주총에서 박원표 LG정유 구조조정본부 상무를 사장에, 조남철 한국기원 명예이사장과 홍태선 한국기원 사무총장을 각각 이사에 선임하는 등 임원진 전원을 교체했다. 이같은 대대적인 물갈이는 지난 1년간 경영 성과에 대한 문책과 함께 그동안 시스템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기술 축적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앞으로 대주주인 한국기원이 경영에 적극 간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비스 유료화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닷컴 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유료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유료화에 값할 만큼 알찬 컨텐츠를 충분히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무료 이용이 관행으로 되어 있는 국내 인터넷 이용 현실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도 선뜻 유료화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불과 수 개월 내로 서비스 유료화를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사이버기원의 사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인지, 또 사용자들의 호응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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