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는 외국은행을 포함 500여 개의 금융기관이 성업중이다. 이들은 모두 대형은행은 아니다. 물론 세계 10대에 드는 대형은행도 있지만, 중소형 은행 지방은행, 개인은행 등 크기와 업종이 다양하다.하지만 최근 10년간 합병 바람이 불면서 대부분 신용등급과 국제 경쟁력에서 일등급인 것은 변함이 없다. 스위스의 은행들이 번듯하게 성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규모와 상관없이 은행 나름대로 국제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IMF이후 우리나라의 금융권엔 태풍이 몰아쳐 은행 수는 약30%, 종업원은 약40%가 줄었다.
인원과 경쟁사 감소로 일인당 생산성은 늘었지만, 경쟁력이 향상됐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107조원의 공적 자금 투입에도 기업 구조조정의 부진과 금융시장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이 회계장부상 건전성 회복에만 역점을 두었을 뿐, 은행 경영의 상ㆍ하부 구조가 모두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금융구조개선은 은행의 대형화에 맞춰진 듯 하다. 지난 해 말 한빛은행 등 4개 은행을 통합하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안이 확정됐고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도 성사됐다.
정부도 대형화와 합병을 적극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적 자금으로 부실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청소해 주고 은행을 합병한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부실 청산이 은행의 효율성으로 직결된다는 보장도 없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검증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이 전부 대형화할 필요는 없다. 은행이 작으면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시장질서에 의해 은행 개체 단위의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은행의 부실화에 의해 국가경제의 위기가 초래될 일은 없다.
은행을 인위적으로 대형화하면 개별은행의 일시적 안정성은 보장될지 모르나, 그것이 대형부실화로 연결될 때 국가경제의 위기로 발전될 위험도 있다. 우리 나라 은행산업의 문제점은 대형화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체의 경영이 비효율적이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있다. 즉 문제는 은행 내부에 있는 것이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은행을 경계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의의 경쟁자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 나라는 소규모, 개방형 경제로 외부조건에 영향을 크게 받아 기업여신은 상대적으로 선진국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외국은행이 경기변동과 관계없이 안정적 외화대출을 하고 있다는 최근 연구보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 경기변동의 충격이 있을 때 외국은행이 국내은행보다 충격흡수에 충실했다는 말이다. 기업금융 분야에서 은행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외국금융기관을 유치하고, 경쟁을 통하여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김완순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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