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와 삼성의 93년 한국시리즈는 명승부로 꼽힌다. 결과는 4승1무2패로 해태의 우승. 삼성에게는 '천추의 한'이 된 시리즈였다. 82년 프로출범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절호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2승1무1패로 앞서다 역전패, 아쉬움은 더욱 컸다. 시간이 흐른뒤 삼성관계자들은 "김응용 감독의 노련한 수에 말려서 졌다.
4차전에서 판정에 강력하게 어필, 분위기를 뒤집어 놓지 않았다면 우승의 향배가 어떻게 됐을 지 몰랐다"고 회고했다.
'해태를 배우자'는 벤치마킹의 최종 선택으로 '적장' 김응용 감독을 영입한 삼성의 지상목표는 첫 한국시리즈 우승. 비록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4연승을 달리고 있는 삼성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야구인들이나 팬들사이에서는 "삼성이 정말 우승할까"라는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이 우승에 근접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에서는 "삼성 현대 LG 두산이 4강팀이다. 어느 팀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호각지세여서 삼성의 우승을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반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팀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김 감독이 연봉협상 때문에 구단과 마찰을 빚은 임창용을 2군으로 내려보내 '일벌백계'의 케이스로 삼은 것은 종전에 볼 수 없던 일이다.
또 '이름'보다 '실력'이라는 김 감독의 지론이 먹혀들면서 선수들간 치열할 경쟁이 펼쳐지는 것도 삼성의 달라진 모습이다. 더 이상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선수는 필요없다는 김 감독의 강력한 지도력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력도 탄탄하다. 예전에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흠잡을데가 별로 없다.
김진웅 임창용 노장진과 이용훈, 신인 이정호, 노장 이강철 등의 선발진은 물론 중간계투, 최고의 외국인투수로 평가받는 리베라가 전담할 마무리 등은 최강이다.
11명쯤으로 구성될 1군투수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조차 버겁다. 마해영이 가세, 이승엽 김기태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를 축으로 한 타선도 손색이 없다.
마해영(좌익수)을 제외한 수비진도 그물망이다. 한국시리즈 9번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감독을 앞세운 벤치의 능력도 한수 위이다. 삼성이 20년 한을 풀 수 있을지가 올 시즌 프로야구판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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