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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영웅 왜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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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영웅 왜 뜰까

입력
2001.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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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욕이 화제다. 요즘 남성에게 가장 치욕스런 욕이 '장진구 같은 놈' 이라면, '고주희 같은 여자' 는 여성에게 제일 모욕적인 말이다. 또 정치인에게는 '아지태 같은 인간' 이라는 말이 심한 모멸감을 준다.욕을 생산한 이는 모두 극중의 반영웅(反英雄ㆍAnti-hero)이다. 최근 화제의 드라마에서 뜨는 인물은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못살게 굴고 탄압하는 반영웅들인 것이다. 최근 새로 시작했거나 준비중인 드라마에서도 반영웅의 위력은 만만치않다.

20일 막을 내리는 MBC 월화 드라마 '아줌마' 의 장진구(강석우)는 아내 오삼숙을 무시하고 바람을 피다가 이혼을 당한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삼숙을 괴롭히며 재결합을 시도한다.

결국 법원에서 접근금지 조치까지 받는다. 심지어 돈을 주고 교수로 임용된 것까지 탄로 나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못된 식자층을 상징하는 전형적 반영웅이다.

장진구가 삼숙에게 못되게 굴수록 시청자의 비난이 거세지지만 드라마 이름을 '아줌마' 에서 '아저씨' 로 변경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석우의 인기는 대단하다.

10일 종영한 SBS 일일 아침 드라마 '용서' 에서는 여자 반영웅 고주희(임지은)가 시선을 끌었다. 자신에게 잘 해주는 동료 민지수(양정아)의 약혼자(김병세)를 가로채고 지수를 불행으로 밀어 넣는 고주희의 행위가 비열할수록 시청률은 더 올라갔다. 아침 드라마의 시청률로서는 이례적으로 2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서 여야간 공방전을 하면서 터져 나온 '아지태 같은 사람' 이라는 말은 단숨에 화제가 됐다.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 의 시청률도 40%를 훌쩍 넘어 50% 선에 육박하고 있다.

궁예(김영철)의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기반이었던 청주지역 사람들을 요직에 집중 배치한 아지태(김인태)는 왕건을 궁지에 몰아넣고 백성을 도탄에 빠트린다.

그것도 모자라 1인자가 되기 위해 궁예를 몰아내는 모반을 꾀한다. 체포된 아지태는 25일 방송분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14일 시작된 '아름다운 날들' 에서는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착한 연수(최지우)를 자신의 성공과 사랑을 위해 괴롭히는 세나(이정현)가 방송 2회 만에 시청자에게 분명한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

또한 26일 첫방송 될 MBC 월화 사극 '홍국영' 에서도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인 정후겸(정웅인)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주인공 홍국영(김상경)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반영웅은 왜 뜰까. 드라마 내외에 이유가 있다. 드라마에서 반영웅은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캐릭터여서 시선을 쉽게 끈다.

또한 반영웅 역을 맡은 연기자들의 원숙한 연기도 인기의 한몫하고 있다. 아지태 역의 김인태는 "정말 정치실세 느낌이 나도록 권력층의 행동이나 말투 등을 많이 공부했다" 고 말했다.

시청자 특히 신세대들의 가치관 변화에 따른 시청 패턴의 변화도 반영웅이 뜨는 요소로 작용한다. 드라마 시청률에 큰 영향을 주는 신세대들은 인물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좋다 아니면 싫다라는 식의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남의 애인을 빼앗는 고주희나 권력을 장악하는 아지태를 나쁜 사람으로 보기 보다는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로 파악하는 신세대 시청자가 많다. 기피되던 반영웅 역이 이제는 인기를 얻는 첩경이 됐다.

궁예를 궁지에 몰아넣은 '태조 왕건'의 아지태(왼) '용서'의 고주희는 동료의 애인을 빼앗아 신분상승을 노렸다.(우)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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