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모든 일은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역사의 흥망성쇠 역시 한시도 멈춤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인류의 공동번영과 행복을 원하는 우리의 마음이 영원한 이상으로 불타고 있다.우선 환경문제를 보더라도 우리 인간만의 행복이 아니라 천지 삼라만상 전체의 안전과 행복을 간절히 기원하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삼라만상을 걱정하는 그런 기원이야말로 우리의 양심이며 양식이다.
지금은 우리가 엄청난 변화의 와중에 있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우리민족을 가위눌리게 하던 좌우익이란 말, 남북한의 숨막히는 대결은 2000년 6월 남북한의 정상이 평양에서 손을 잡고, 남북 이산가족들이 서울과 평양에서 눈물의 상봉을 함으로써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이데올로기라는 것 역시 망망대해에 솟구치는 풍파처럼 스러지는 것임을 체감하고 있다.
물론 오랜 세월 우리를 지배했던 사상의 찌꺼기까지 말끔히 없어진 것은아니다. 그러나 민족의 평화와 행복을 갈망하는 우리의 근본마음에 비한다면 그런 것들은 솟구쳤다 스러지는 파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남북갈등보다 남남갈등이 더 문제란 말이 나올 만큼 우리사회에는 남북문제를 둘러싼 심각한 의견대립이 있다.
우리는 이럴 때 무엇이 우리민족을 살리는 길인가, 무엇이 평화로 가는 길인가를 현명하게 판단하고 언행(言行)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세계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국가 간 민족간 갈등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대자연의 분노로 천재가 끊이지 않고, 인간의 불찰로 인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반도의 오늘을 생각해 보자. 비록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해도 세계를 뒤덮은 먹구름 속에 동북아시아의 하늘만이 훤하게 광명을 느끼게 한다.우리민족만의 평화가 아니라 세계의 운명에도 광명을 비추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민족의 동포애가 아니었던들 어떻게 온 세계가 새 천년의 평화를 말할 수 있었겠는가.
한반도의 하늘 마저 먹구름이 뒤덮었다면 온 세계가 깜깜했을 것이다. 한반도는 우리 민족만의 삼천리강산이 아니다.
우리는 온 세계 온 인류의 평화에 관여하고 있는 운명공동체적 사명을 가진 민족이다. 모든 것은 순전히 우리 마음에 달렸다.
작은 이익에 집착하고 저울질하는 용렬한 생각을 하지 말자.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명분으로 남의 잘못만을 크게 보지 말고 인자한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성인의 안목을 기르자.
미국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민주당의 득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박빙이었다.
부시대통령은 공화당의 입장만을 내세우지 말고 반반으로 갈린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판단해야 한다.
부시가 취임하자마자 이라크를 폭격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라크가 항복했다는 소식은 없다. 산중에 사는 나로서는 무엇 때문에 이라크를 폭격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없고, 다만 귓전을 때리는 것은 폭격에 쫓기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뿐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취임하자마자 그렇듯 칼날같이 단언할 필요가 있었을까. 김대중 정부의 입장을 반드시 지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포용이외에 무슨 다른 대안이 있단 말인가. 지금 북을 달래서 가는 길 이외에 다른 방도가 있는가.
김구선생의 말씀을 모두가 새롭게 읽었으면 한다.
동포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亡兆)다. 이기적 개인주의를 배격하고 덕(德)의 향기로 국토를 가득 채우자.
이남덕·국어학자 전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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