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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은 지금 5중苦…민생은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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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은 지금 5중苦…민생은 지쳤다

입력
2001.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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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도, 극빈자도 아니지만 하루 하루 넘기기가 너무 힘드네요. 정말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생활입니다."'보통사람들'도 생활고에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된건지 이젠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경기침체는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빠듯한 살림을 더욱 조여드는 걱정거리들이 2중, 3중으로 나날이 늘어만 간다. 주가폭락에 금리인하, 물가상승, 월급삭감 등..

이러니 요즘은 점심녘 식당이나 저녁때 술집 등 어딜가나 온통 한숨섞인 푸념들 뿐이다. D건설사 과장 주용목(38ㆍ가명)씨도 그렇게 갑갑한 보통사람들 중 하나.

지난해 초 집을 늘리기위해 모아두었던 5,000만원으로 S사 주식을 샀으나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게 아니다' 싶어 올해초 주식을 처분하고 남은 돈을 한 은행에 넣었는데 이번엔 이자가 7.3%에서 6.9%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직장에서 "상반기중 중간간부 10%를 정리한다"는 발표가 나오는 통에, 동료과장들보다 나이가 많은 그는 상사와 눈만 마주쳐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고 했다.

서울에서 작은 액세서리가게를 운영하는 정기석(45)씨는 "얼마전 5,000만원 대출보증을 서준 친구의 사업이 부도 직전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은 뒤로는 밥조차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미 1999년말 증권회사의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가 거액을 날린 상태. 친구 사업이 잘못될 경우 유일한 재산인 전세금마저 날리고 가족이 거리에 나 앉아야 할 형편이다.

완구업체 영업사원인 나모(54)씨는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9월부터 급여를 30%나 깎여 네 식구가 한달에 120만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판국에 대학다니는 큰아들의 학비가 5%, 고3인 작은아들의 학원비가 10%나 올랐어요. 더 이상 돈 빌릴만한 곳도 없어 결국 큰 아들을 휴학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1년사이 1,000포인트대를 넘나들던 주가지수는 반토막이 났고, 7~9%이던 예금금리도 5~6%로 내려갔다.

지난해말 이후 업체들의 절반이 월급을 삭감하거나 동결했다.

이에 따라 조금씩 나아져도 시원치않을 가구당 소득이 지난해 4ㆍ4분기에 월 242만4,900원(재정경제부 집계)으로, 전분기(244만2,700원)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지난달 체감물가인상률(통계청 추계)은 무려 8.5%. 당연한 결과로 한국은행은 최근 개인부채 총액이 320조원으로 한해 전보다 11.8%나 늘었다고 밝혔다.

어느 한 곳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들은 또 직장에서 해고나 부도의 공포까지 떠안은채 매일매일을 '대책없이' 견디고 있다.

근로자복지연구소 정상익(鄭相益)선임연구원은 "불경기 등에 따른 심각한 물질적ㆍ정신적 고통이 소수의 상위소득자들을 제외한 국민 전 계층으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막연한 낙관적 경기전망 대신, 급여나 주식 금리 세제 등 각 분야별로 고통경감을 위한 당장의 구체적 조치들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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