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세계'를 뜻하는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가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은 23일 폐기될 전망이다.이타르 타스 통신에 따르면 미르의 폐기 날짜는 19일 최종 결정되지만, 세계표준시로 24일 오전6시(한국시간 23일 밤9시)에 남태평양에 추락할 확률이 80% 이상이다.
현재 230㎞대 높이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미르는 고도가 220㎞로 떨어지면 마지막으로 11분간 엔진을 가동, 대기권 안으로 진입한다.
대기권에 들어온 미르는 중력에 의해 추락하며 화염에 휩싸이게 된다.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데는 약 40분이 소요될 예정이다.
1986년 2월20일 발사된 미르는 소련 우주과학의 총아로, 하늘에 떠 있는 러시아의 자존심이었다. 미국의 라이벌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이 1979년 호주에 추락한 것과는 달리 미르는 무려 15년 동안이나 지구를 돌았다.
1989년 9월부터 1999년 8월까지는 우주비행사 100여명이 교대로 미르에 상주하면서 희귀물질 생산 등 1만7,000여건의 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르는 소련의 몰락과 함께 세계적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산소공급 중단, 가스누출, 우주화물선과의 충돌 등 고장과 사고가 잇따랐다.
러시아는 탑승우주인의 대체인력을 보낼 로켓 발사비용도 감당 못해 3년 전엔 미국의 구조작전으로 우주인 3명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미르가 성공적으로 태평양에 수장(水葬)된다 해도 우주쓰레기 10만여 개는 여전히 걱정거리다.
미르를 포기함으로써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고 1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일원으로 전락했다.
"15년간의 영광이 막을 내린다"고 미르의 마지막 승무원 세르게이 잘요틴이 슬퍼한 것처럼 이제 우주과학의 중심은 확고하게 미 항공우주국(NASA)이 됐다.
한편 일본은 미르 추락 때 발생할 1,500여 개의 파편에 대비,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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