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은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나요? 우리 아이가 사인 받아 달라고 아우성이에요."(40대 중국 여성) "이~세~돌이던가? 어린 나이에 배짱 한 번 두둑하대요."(50대 중국 택시 기사)제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열리고 있는 중국 상하이(上海) 레인보우 호텔.
상하이의 관문 홍차우(虹橋)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 떨어진 이 변두리 호텔이 요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중국 제1의 스포츠, 축구를 능가하는 '바둑 열풍'이다.
호텔 2층에 마련된 대회장은 매일 전쟁터 같다. 국영 CCTV나 신화사(新華社)통신 등 30여 개 중국 언론사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하이 전역으로 생방송된 공개해설장은 어린이들부터 노인들까지, 한국 바둑계의 근황을 손바닥 보듯 줄줄 꿰고 있는 열성팬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프로기사가 영화배우나 가수들보다 훨씬 멋있어요."해설장에서 만난 한 어린이의 말처럼 요즘 중국의 바둑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국가 차원의 튼실한 지원으로 바둑의 저변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문화혁명 이후 한 때 '부르주아의 신선놀음'으로 홀대 받았던 바둑이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을 길러주는 두뇌 스포츠로, 부(富)와 출세를 보장해주는 인기 직종으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신세대의 이탈 현상으로 갈수록 하향 일로를 걷고 있는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입만 열면 "1~2년 안에 한국을 제치고 바둑 종주국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는 이곳 바둑인들의 장담이 마냥 허풍처럼 들리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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