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은행에서 대접받을 생각마라.'단 1,000원만 예치해도 은행 창구 직원들이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최근 은행들 사이에 수익성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금액 적고, 신용도 낮고, 거래빈도 낮은 이른 바 '3不고객'들은 찬밥 신세가 됐다.
■소액예금 "이자 안준다"
한빛은행과 서울은행은 19일부터 무이자통장제도를 시행한다. 한빛은행은 보통ㆍ저축ㆍ기업자유 등 3개 예금 각각의 잔액이 50만원 미만일 경우, 서울은행은 3개월 평잔 20만원에 미달하는 저축예금에 대해 이자를 주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도 4월 중순부터 보통예금의 6개월 평잔이 10만원에 미달하거나 자유저축ㆍ가계당좌예금의 3개월 평잔이 10만원 미만일 때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제일은행은 올 1월부터 보통예금 등 4개 예금의 월평잔 합계액이 10만원에 미달할 경우 매월 2,000원의 수수료를 물리고 있으며, 첫 거래 때 5만원 이하 예금자는 아예 통장조차 개설해주지 않고 있다.
반면 수익성 기여도가 높은 고객들에 대한 대접은 한층 다양해진다. 조흥은행은 약 1,000만명의 개인 고객을 수익성 기여도에 따라 전면 재분류, 단골고객에게는 최고 3,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해주고 금리 우대, 외환송금수수료 감면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변호사, 공인회계사, 의사 등 수익성 기여도가 높은 고객들을 적극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 '서민 푸대접' '불가피'찬반론 확산
상당수 금융전문가들은 통장을 개설하고 계좌를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일정 기준 이하의 통장에 대해 이자를 주지않거나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은행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돼온 이 제도를 도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액 고객들은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H은행과 거래하는 김영미(35ㆍ여)는 "그동안 은행들이 개인예금자들로부터 얻은 막대한 이익을 부실기업에 수천억원씩 대출해줬다가 손실을 입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이라며 "갑자기 소액예금자를 푸대접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