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0월 한국 일본 중국을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16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미국이 외국과의 정상회담을 7개월 전에 밝힌 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의 3국 방문은 예정돼 있던 일정이다. 또한 백악관의 발표는 그 전날(15일) 중국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부시 대통령이 10월 상하이의 아시아ㆍ태평양정상회의(APEC)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백악관이 정색을 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의 APEC 참석만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않고 굳이 "중국에 앞서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힌 것은 나름대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 후 대북정책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백악관의 발표에 담겨있는 행간의 의미가 부각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이나 우리정부 당국자들은 "백악관이 조기에 한국 방문을 발표한 것은 한미 공조의 확고함을 보여주려는 부시 행정부의 성의"라고 해석했다.
한미 정상회담 후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연기되고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력이 약화하는 기미를 보이는 데 대해 부시 행정부가 부담을 느꼈을 것 이라는 얘기다.
사실 한미 정상회담 후 미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외교를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비판해왔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박대한 것은 외교적 대실수(diplomatic debacle)"라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태도가 북한을 자극, 한반도 상황을 불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수 언론과 미 민주당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하며 대북 포용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 초기에 거친 외교스타일를 취해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중국ㆍ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이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팔면 중대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러시아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백악관의 부시대통령 방한 발표는 부시 행정부가 냉정하고 세련된 외교로 전환하는 하나의 징표일 수 있다는 게 워싱턴과 서울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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