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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출.물가 '엔低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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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출.물가 '엔低 비상'

입력
2001.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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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發) 경제위기' 조짐의 파장이 서서히 국내경제로 엄습하고 있다. 일본경제의 무력감을 반영한 엔화가치의 급락세(엔ㆍ달러환율 상승)가 전개되면서 원화가치도 동반 하락(원ㆍ달러환율 상승)하고 있다.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심각한 물가불안과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져, 거시경제운용방식의 대폭적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불안한 환율

엔ㆍ달러환율이 달러당 20개월만에 122엔까지 치솟은 16일 원ㆍ달러환율도 가볍게 1,290원대를 돌파했다. 외국인주식자금과 경상수지흑자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향후 원화환율의 이동방향은 전적으로 엔화의 움직임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원과 엔의 '동조(同調)화'인 것이다.

원화약세가 지속되는 한 증시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록 1997년과 같은 일본 금융기관의 무차별 대출회수 및 차환거부징후는 아직 없지만, 환율로부터 일본위기의 여파는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 어디까지 갈까

1,300원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3월 위기를 넘겨도 일본경제 여건상 엔화환율은 더 오를 것"며 "엔화환율이 1~2엔만 더 올라가도 원화환율은 1,300원벽을 쉽게 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도 "엔화가 약세인데 원화도 약세로 가는 것은 정상적"이라며 폭등사태가 빚어지지 않는 한 인위적 개입은 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 수출이냐 물가냐

엔저(低)는 국내수출에 치명적이다. 원과 엔의 동조화에도 불구, 엔화환율이 워낙 빠르게 치솟는 바람에 수출가격경쟁력의 잣대가 되는 원ㆍ엔환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상태.

작년말 경쟁력 기준점인 '100엔=1,100원'을 가까스로 방어했던 원ㆍ엔환율은 현재 1,050원대까지 떨어져있는데, 만약 더 내려간다면 전 업종에 걸쳐 심각한 채산성위기를 맞을 것이란 게 수출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수출방어만을 위해 원화환율을 엔화환율에 맞춰 계속 끌어올릴 경우 그렇지 않아도 꿈틀대는 물가에 기름을 붓게 된다.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물가상승은 곧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인플레)'으로 이어지고, 금리인하나 재정지출확대 같은 대응수단도 무력하게 만들고 만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아무리 수출이 중요해도 물가불안 및 외환위기 경험국으로서 환율급등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엔화환율이 오른다고 원화환율도 똑 같은 폭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100엔당 1,050원' 전후를 유지하는 선에서 향후 원화환율은 움직일 것이란 얘기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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