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치어 상처를 입힌 운전자에게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엊그제 서울지법에서 내려진 횡단보도 사고에 대한 판결 요지는 푸른 신호가 끝나 갈 무렵 횡단을 시작한 사람이 중간에 적색으로 신호가 바뀌었을 때 사고를 당했으므로 교통사고특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적색 신호일때는 횡단보도도 일반도로로 보아야 하므로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했으면 형사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 피해자는 지난해 11월 노원구 공릉동 왕복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사고을 당해 2개월 상처를 입었다. 깜빡이는 신호를 보고 건너다 중간에 적색으로 바뀌자 손을 들어 주의를 요청해 차들이 서 주었다.
그러나 가해차는 정지한 앞차를 피해 옆 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어 달리다 사고를 냈다. 그래서 횡단보도 위의 보행인을 보호할 운전자의 주의 의무보다 보행자의 책임을 강조한 차량 위주의 판결이란 비난을 받는 것이다.
▦ 이 판결은 횡단보도 가운데 서 있는 보행자를 친 운전자에 대한 공소기각 선고를 인정한 83년 대법원 판례에 부합한다.
푸른 신호등이 깜빡이는 것은 아직 차도에 들어서지 않은 사람에게는 건너지 말라는 규정도 있으니 피해자의 관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지신호에 비해 횡단신호가 지나치게 인색한 우리의 교통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죽은 판결-법전상의 정의만 추구했다는 시민 단체들의 비판에 대응할 논리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횡단보도 보행신호는 7초간 푸른신호 다음, 노폭에 따라 1m당 1초간 푸른 점멸신호를 준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30m 도로의 경우 푸른 신호와 점멸신호를 합쳐 37분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웬만한 횡단보도에서는 건강한 성인이 4~5보 걸으면 점멸신호로 바뀌고, 곧 적색신호가 된다.
노약자나 장애인들은 아무리 애써도 중간에 빨간 불을 만난다. 그런 경우의 사고도 형사책임이 없단 말인가.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문제삼는 보행자 편의 판사는 없나.
/문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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