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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당론거부 소신지킨 두 의원 '조순형 VS 천정배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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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당론거부 소신지킨 두 의원 '조순형 VS 천정배 의원'

입력
2001.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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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의 대상이던 국회의원들에게 최근 찬사가 쏟아졌다. 국회 법사위에서 논란이 되던 돈 세탁 방지 관련법안에 정치자금을 포함시키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당론을 거부하고 정치자금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결국은 국회의원 35명이 정치자금을 포함시키는 수정 법안을 내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의원이 만났다.

●조순형(趙舜衡)

1935년 서울 출생. 50~60년대 야당지도자 유석(維石) 조병옥(趙炳玉) 박사의 3남이며 96년 타계한 정치인 조윤형(趙尹衡)씨의 동생.

6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81년 11대때 정치규제에 묶인 형을 대신해 정치에 입문한 5선의원(서울 강북을ㆍ민주당).

민주당 부총재(90년), 국민회의 사무총장(95년)등을 역임했다. 연극배우인 김금지(金錦枝ㆍ59)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천정배(千正培)

1954년 전남 신안 출생. 76년 서울대 법대, 88년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7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김&장법률사무소(81~85년)에서 일했으며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 대한변협 인권위원이다.

96년 15대(경기 안산을ㆍ민주당)로 정치에 입문, 재선했고 민주당 수석 부총무이다. 서의숙(46)씨와의 사이에 2녀를 두었다.

_ 최근 유권자들로부터 찬사를 많이 받고 있으시지요.

▦조순형= 인터넷이나 전화로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한 40대 시민은 "아침기분을 망치지 않으려고 정치면을 안 볼 정도인데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며 "'님'자 붙일 수 있는 의원은 두 사람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게 느껴져 안타깝습니다.

▦천정배= 사실 수정안을 제출할 때 35명의 의원들이 서명을 했는데 우리 두 사람만 알려져서 다른 의원들에게도 미안하기도 합니다.

_ 두 분은 오래 전부터 상임위(법사위) 활동을 함께 하셨습니까.

▦조순형= 15대 때부터 법사위에서 함께 활동했는데 상임위 위원들이 가나다순으로 앉아서 자리가 바로 옆입니다.

▦천정배= 저는 95년 조 선배님과 얽힌 사연이 있습니다. 당시 국회의원 후보로 내정됐다는 말을 듣고 공천을 신청했는데 연락이 없는 겁니다.

아는 분이 공천자를 선정하는 조직강화특위 위원 9명을 찾아뵈라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위원장이던 조 선배께 찾아가니 비서가 "공천 신청 때문에 왔으면 그냥 가라"는 겁니다.

그때부터 존경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안 지 5년이나 지났는데 점심 한 번 먹자는 말도 못 들었습니다.(웃음)

▦조순형= 아, 그랬나요. 기억이 안 나는데.(웃음)

_ 당론과 다르게 정치자금을 포함시키기가 쉽지 않으셨지요.

▦조순형= 돈 세탁 방지 관련법은 정확히는 범죄수익은닉규제ㆍ처벌법과 특정금융거래정보보고ㆍ이용법 두 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97년에 정치자금과 탈세를 포함한 자금세탁을 모두 규제하는 자금세탁방지법안이 나온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정치자금도 탈세도 빠져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당론은 당초 법안대로 통과시키기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반대를 했지요. 참여연대 등 38개 시민단체가 '부패입법시민연대'를 만들어 3대 개혁입법운동을 펴고 있고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입법의 한 축인데 정치자금을 뺀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8일 천 의원과 수정안을 내기로 했더니 법사위 나머지 의원 13명이 수정안을 내면 상임위에 법안 자체를 상정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 날 우리 당의 이상수 총무가 부릅디다. 저는 "이건 개혁입법의 핵심이요. 정치자금 넣는 게 옳습니다" 그러고 나왔지요.

다음 날 김중권 대표를 다시 만나 "꼭 넣어야 된다"고 고집했더니 야당과 다시 상의하라고 이 총무에게 말씀하시더군요.

대표까지 나서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마지막 시한인 9일 분위기가 반전됐고 그 날 아침 수정안에 35명 의원의 서명도 받아 수정안을 냈습니다.

▦천정배= 수정안을 내면서도 걱정이 됐습니다. 수정안 때문에 법 자체가 무산되면 어떡하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재판을 포기한 '솔로몬 재판'의 어머니처럼 법을 살리기 위해 수정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조 선배가 원칙을 고수하며 완강하게 버텨주셔서 힘이 됐습니다.

_ 일부에서는 범죄자금의 돈세탁을 방지하자는 법안이라 정치자금을 포함시키는 것이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지요.

▦천정배= 법률용어로 '스페셔스 아규먼트(specious argument)라는 말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그럴 듯해도 사실은 엉터리라는 것인데 전문가들이 비전문가를 속일 때 주로 쓰는 방법입니다. 저는 그 논리가 그렇다고 봅니다.

잘못된 정치자금은 뇌물죄로 처벌이 되는데 굳이 돈 세탁방지법에 넣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인데요,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이런 방식으로 규제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령 뇌물죄는 대가성이 없는 돈은 성립되지 않는데 정치자금을 주면서 대가를 바라고 주었다 그러는 경우는 없거든요.

일부에서는 계좌추적권 남용한다고 하는데 법이 생기더라도 특정인의 계좌를 추적하려면 법원의 영장이 필요합니다.

97년 국회에 상정된 정부 안에도 정치자금과 탈세가 포함됐었는데 국민의 정부 들어 그걸 넣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조순형= 아마 이번에도 통과 안될까봐 법무부와 재경부 관계자들이 미리 뺀 것 같습니다.(웃음) 일부 반대의견 중에는 외국의 입법 예가 없다고 하는데 선진 7개국(G7)은 검은 돈 중 정치자금의 비중이 아주 적고 조직범죄, 마약자금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자금은 별로 없거든요. 또 OECD가 반부패법안을 만들 때 권고한 사항 40개에는 그 나라 실정에 맞춰 조항을 선정하라고 돼 있어요.

▦천정배= 조직범죄나 마약 자금과 정치자금을 함께 묶어 관리해야 한다는데 반대의견도 있는데 반사회적 범죄라는 것은 그 사회에서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또 일부에서는 주택구입자금 등 모든 자금을 추적한다는 루머가 난무하고 있는데 모든 정치자금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정치자금의 세탁만을 규제하자는 법입니다.

탈세의 경우 금융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리가 있으나 정치자금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_ 97년에도 자금세탁방지법안이 상정됐다가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는데 이번에도 그럴 우려는 없나요.

▦조순형=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압력도 있고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니까요. 또 통과되지 않을 경우 6월에 OECD 비협조국가로 낙인찍혀 국익에 손상이 가기 때문이지요.

▦천정배= 맞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돈세탁 방지법에 정치자금을 넣더라도 정치자금은 신고시 당사자에 통보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돈 세탁방지법이 아니라 정치인보호법이 되버리니까 절대로 안됩니다.

그리고 이 법안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도 모든 정치자금이 아니라 불법적인 정치자금이거든요. 후원회를 통한 올바른 정치자금 모금은 얼마든지 보장이 됩니다.

_ 그렇게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바랄 정도로 국회의원 하기가 힘든가요.

▦조순형= 우리 정치현실에서는 돈이 모자라게 돼있어요. 다음 선거 위해서 지역구 행사, 경조사에 인사치레하고 사무실 직원 월급 줘야 하는데 후원금 모금이 제대로 안되면 불법자금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지요.

▦천정배= 조 선배님은 워낙 지역구 관리 안 하시니까 아마 잘 모르실겁니다. 조 선배님이 5선하신 거는 미스터리니까요.(웃음) 지금의 정치자금법으로는 후원회를 통해 연 3억까지 모금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충분하다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검찰 경찰 선관위가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하면 정치풍토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조순형= 실제로 정치자금은 유권자 태도와 깊이 연결된 구조적 문제입니다. 지구당에서 청탁이나 행사찬조 같은 거 요구하지 않으면 자연히 해결됩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보다는 의정활동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구 관리를 안하고 의정활동에 열심인 의원을 가진 선거구는 선거구민들도 대단하다고 봐야지요. 일단 재선이후에는 의정활동에만 집중해도 되는데 초선의원은 그러기 힘들지요.

▦천정배= 저도 15대 초반에는 힘들었습니다. 고심 끝에 문상갈 때 '조패'를 전달하고 결혼식에 앨범을 선물했더니 오히려 반응이 좋더군요. 그래서 자신감을 얻었지요.

국민의 정치권 불신은 전적으로 정치인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면 정치발전이 없습니다.

현재 1년 후원회 한도액이 3억원, 선거 시 6억원이고 1인 후원 최고액은 2,000만원입니다. 그런데 이 정치자금을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서 지원을 하면 연고주의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선거제도를 중ㆍ대, 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을 고려할만합니다. 우리 국민들도 지지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편지도 보내고 후원금도 주시면 좋겠습니다. 깨끗한 정치자금 조달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한 방법이니까요.

▦조순형= 이번 일이 있은 후 두 분이 후원금 내겠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후원금은 소액 다수가 참여해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이런 분들이 별로 없어요.

결국 정치인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지요. 보통 일년에 1억~2억 정도 모금하고 중앙당 보조금 받으면 그거 가지고 해야지요.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에 자금세탁 방지법이 일조해야 합니다.

서화숙 여론독자부장

hssuh@hk.co.kr

노향란기자

ranh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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