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의 16일 회동 포인트는 개각이었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김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김 명예총재는 방일 결과를 각각 설명했고 공조 문제도 논의했다"면서 "개각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각 논의가 없었다는 설명을 개각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특히 JP가 회동 후 자민련 당사로 돌아가 "개각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하고 안하고는 좀 더 기다려보라,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개각이 임박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JP는 전날(15일) 소속 의원들과의 만찬에서도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정부에 온 지 9개월이 지났는데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각을 전제로 이 총리의 거취를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개각의 시기와 폭이 조율됐다면 JP가 굳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JP는 개각이 대통령의 전권임을 누구 보다 잘 아는데도 이를 시사하는 애매한 표현을 쓴다는 사실이 개각을 우회적으로 권유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이처럼 개각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은 이유는 업무 추진이나 행정적 차원이 아닌 정치적 차원에서 개각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각이 비교적 안정돼있어 행정적으로는 개각 요인이 별로 없는 상황이지만, 정치적으로는 2여 공조와 3당 정책연합에 따른 배려가 필요하다. JP는 가뜩이나 원심력이 작용하는 자민련을 추스리기 위해서도 공조의 확실한 대가를 확보해야한다.
'3월말 개각설'의 배경이다. 개각을 위한 실무적 준비는 이미 끝나 있다. 개각이 이루어질 경우 사회부처와 외교안보부처 중 비교적 오래 역임한 장관들이 교체되고 신임 장관에는 자민련과 민국당 인사들이 배려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치적 고려에 따른 개각이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을수 있느냐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JP일문일답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16일 오후 청와대 회동을 끝내고 마포당사로 와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권 도전의사는 없지만 도울 사람이 있으면 확실히 돕겠다"며 차기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_김대중 대통령과 나눈 얘기는.
"정치 안정이 모든 안정의 기반이므로 어떤 일이든 긴밀히 협조하고 최선을 다하자고했다. 공조원칙은 내가 일전에 말했듯이 상생공득(相生共得)이다."
_개각 얘기도 했느냐.
"하지않았다. 조금 기다려달라. 하고 안하고는 소식이 있을 것이다."
_2여 합당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것 없다. 각 당이 각기 자세를 유지하고 밀접하고 강력하게 끝까지 유종지미를 거두는 게 더 중요하다."
_차기 대권에 (JP가) 직접 나온다는 얘기가 있는데.
"40년 정치했지만 내가 그런 것 하고 싶었으면 다른 기회가 있었을 거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누가 나보고 만년 2인자라고 하고 골프도 세컨 샷이 더 낫다고까지 하데.."
_킹 메이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정계에 있는 한 무관할 수는 없지. 이 사람은 안되겠다 싶으면 반대하고, 도와줄 사람이면 필요하면 서드 샷을 치더라도 도와야지."
_이회창 총재와도 만나나.
"한나라당 당보에 (나에 대한 비난을) 잔뜩 올려 놓았는데 만날 수 있을까. 누가 편집 했는지 모르지만 참 풀리시(foolish)해."
_ 국회에서 이 총재 어깨도 주물러 주었는데.
"(나는) 그렇게 정을 나눴으면 했는데 잘 안돼.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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