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으로 몰았다.'1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약분업 이후 요양급여 변화추이 분석'은 이런 결론에 다름 아니었다.
지난해 8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병ㆍ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 지급된 총 진료비는 분업 전에 비해 50% 가까이 늘었다. 외래 방문환자수와 외래 처방일수, 약제비 비중 역시 크게 증가했고 주사제 및 항생제 동시처방 비율도 20%에 육박했으며 항생제 남용 또한 여전했다.
의료계의 집단폐업 등 엄청난 반발을 뒤로 하고 '의약품 오ㆍ남용 방지'를 기치로 국민을 간신히 설득해 출범한 의약분업이 효과는 보지 못한 채 재정만 축내는 '미운 오리새끼'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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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어난 진료비
올 1월 한달간 의사와 약사에게 지급한 총진료비(보험자부담금+본인부담금)는 1조4,677억원.
분업 전인 지난해 상반기(1~6월) 월평균 진료비 9,943억원에 비해 48%나 늘었다.
특히 의료계 파업 철회로 의약분업이 본격 실시된 지난해 11월~2001년 1월 3개월간 외래진료비는 지난해 상반기에 대비해 무려 72%나 증가했고 입원진료비도 9.1% 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중 보험자부담금은 작년 상반기보다 62.3%, 본인부담금도 30.5% 증가했다.
"의약분업을 해도 환자 본인부담금은 늘지 않는다"는 정부측 발표는 거짓이었던 셈이다.
■ 의약분업으로 약 처방 늘어
의약분업은 환자들에게 약을 오히려 더 많이 쓰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업 전인 지난해 6월 보험약제비로 2,446억원이 나갔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에는 월평균 2,826억원이 지출돼 15.5% 늘었다.
약제비 증가는 이른바 '오리지널 제품'으로 불리는 고가약의 집중처방 때문이다. 보험약제비 중 고가약 비중은 지난해 5월 42.9%에서 11월에는 62.2%로 급증했다. 늘어난 처방일수도 약제비 지출을 부추켰다.
■ 외래환자 급증
동네의원의 평균 외래 방문환자수는 분업 전인 지난해 5월 1,664명에서 지난해 12월 1,995명으로 7개월만에 약 20% 늘었다. 의원 외래처방일수도 작년 5월 3.06일에서 12월에는 3.69일로 21% 가량 증가했다. 이는 의료계 파업으로 환자에 대한 장기처방이 는데다 보험급여 확대, 고혈압 당뇨병 등 장기 약 복용환자의 장기처방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동네의원 1곳당 월 진료비는 지난해 5월 2,478만원에서 12월 2,669만으로 늘어 의원들이 '분업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동일 성분의 경구용 항생제와 주사제를 동시 처방하는 비율도 17%에 달해 '중복 처방' 문제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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