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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바람이 다시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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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바람이 다시분다

입력
200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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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인도로 간 한국인은 1만 5,335명으로 1999년에 비해 16%나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는 목적도 관광, 비즈니스, 유학 등 다양하다.인도 전문 여행사에 따르면 지난 겨울에는 인도행 비행기 좌석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였다. 좌석 부족으로 인도행이 좌절된 인원이 인도로 간 사람 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근래 국내에 부는 인도 식당 붐도 이런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신흥 조기 유학처

서울 D 중학교에 다니던 이모(14)양은 지난달 1일 어머니와 함께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도 델리에서 북쪽으로 7 시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무수리시의 국제 기숙학교(International Boarding School)에 입학하기 위해서다.

이양은 미국 캐나다 호주 필리핀 등 잘 알려진 조기 유학처대신 인도를 택한 것이다.

공식적인 유학시설은 없지만 알음알음으로 인도로 향하는 발길이 느는 가운데 무수리시에만 50여명의 조기 유학생들이 있다. 인도 조기 유학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흙탕물이 흐르는 갠지스 강에서 순례자들이 멱을 감고 한쪽에선 죽은 자를 화장하는 명상과 구도의 나라. 또한 가난과 거지의 나라. 인도 여행은 그래서 험한 순례길이었다. 신비와 모험이 숨어 있는 인도는 배낭여행족에게는 매혹적인 나라이기도 했다.

"인도 만큼 적합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이양 부모가 보는 인도는 그랬다. 영어권이면서 저렴한 경비,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유지해온 서구식 교육체제, 21세기 신흥 강국으로 견인차 역할을 하는 IT 산업, 덧붙여 대중 소비문화에 물들지 않은 교육 환경을 빼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21세기 신흥 강국, IT의 세계기지를 찾아

성공회대가 9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인도 IT 연수에 신청서를 낸 성공회대 3학년 박춘근(26)씨. 그에게 인도는 IT 산업의 세계기지다.

5만 5,000여명의 IT 기술자, 400여개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몰려있는 인도판 실리콘밸리, 방갈로르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

"영어로 정보통신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뿐 아니라, 1년 연수 후 현지취업할 기회를 잡을 수 있어 기대가 크다." 95년 이래 매년 50%의 급성장을 하고 있는 인도의 IT 산업에 IBM사,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시장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한국은 91년 인도 개방 이후 99년 말까지 25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모리셔스 영국 등에 이은 네번째 투자국이다.

'고대 문명국' 인도가 어떻게 급격히 현대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을까. 김용호 성공회대 교수는 "영어 구사가 자유롭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 수학 등 발달된 기초학문, 탄탄한 교육체계와 세계적인 네트워킹 등으로 인도의 IT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화의 젖줄을 찾아서.

현대적 성장 뒤에는 고대 문명이 새겨진 유구한 전통과 문화가 있다. 3년간 인도에서 근현대미술사를 공부하고 지난해 돌아온 윤재갑(34) 갤러리 아트 사이드넷 큐레이터는 "인도 미술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면 많은 국내 작가들이 재평가되야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유학 중이던 그가 다시 인도 유학을 결심한 것은 중국 문화 역시 인도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인도를 알지 못하면 아시아권 문화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시인 타고르가 만든 예술촌 샨티니케탄의 비스바바라티 대학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있는 원혜영(36ㆍ여)씨도 마찬가지다.

중국 유학을 거쳐 98년 인도로 넘어와 판화 공부를 하고 있는 그는 "문화의 젖줄을 찾아온 셈이다"고 말했다.

■빗장을 푼 인도, 그러나 아직도 먼 나라

고대 문명의 토양 위에서 중국과 함께 21세기 신흥 강국으로 도약하는 인도.

90년대 이후 위상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육중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지만, 한국인에게 인도는 여전히 이방이다.

94년 '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란 책으로 인도 여행의 불씨를 지폈던 정무진씨는 "10억의 인구에 공식언어만 16개, 방언까지 합치면 1,500개가 넘는 언어가 뒤섞인 다민족 사회로 5,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해왔던 인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이가 누가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인도의 한국 유학생은 아직 수백명에 지나지 않는다. 냉전체제 아래 비동맹 자주외교를 표방하며 친소련 노선을 걸었던 까닭에 한국과의 거리가 더욱 멀었다.

정씨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성격을 한 울타리 안에서 소화하고 있는 인도 문화의 성격을 모르고 덤비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인도 정보는 어디서

인도에 관한 정보를 쉽고 체계적으로 구할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인도 유학을 전문적으로 알선해주는 유학원도 없는 실정이다.

인도 대사관(798_4257)에서 각 대학 정보를 소개해주고 있는 정도. 대부분은 인도 주재원, 유학 경험자, 동호회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정보를 얻는 편이다.

정무진씨가 운영하는 인디아 클럽(www.india.or.kr 02-723-0333)이 가장 유명하다. 인도의 현지 뉴스에서 인도의 역사, 여행 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음(www.daum.net)이나 프리첼(www.freechal.com) 등의 포털 사이트에 마련된 20여개의 동호회에서도 인도 여행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알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인도에 대한 편견 혹은 오해

■성인의 나라, 인도인들은 순박하다?

1990년대 초반 인도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상당 부분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인도인들을 호락호락하게 봤다는 점이었다.

정무진씨는 "인도인의 상술은 유태인과 비교될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단골 손님에게 더 비싸게 팔 정도라는 것.

자기 가게 물건이 좋아서 자주 오기 때문에 당연히 값을 더 비싸게 받는다는 식이다. 인도 주재 공사 남상욱씨는 "인도 상인들은 지나칠 정도로 그 때 그 때의 이익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인도인과의 거래시 꼼꼼하고 치밀하게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낭패보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인들의 상술은 인도인의 매우 현실적인 생활관과 연결돼 있다. 가난과의 싸움, 잦았던 전란과 식민지 경험, 그리고 카스트 제도 등으로 하층 계급은 자신의 힘 외에 기댈 곳이 없었기 때문에 강인한 현실성이 요구됐던 것이다. 신비주의와 현실주의가 공존하는 나라가 인도다.

■종교의 나라, 인도인은 비과학적이다?

인도는 과학분야에서 3명, 경제학분야에서 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오랜 전통을 가진 수학은 세계적 수준이다. 제로 개념의 발견도 인도인이었다.

일찍부터 발달한 수리 개념은 힌두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힌두교는 인간사와 우주만상의 법칙을 고도의 추상적 수준에서 설명하는 까닭에 수학적 개념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종교다.

인도인들의 이런 수학적 논리성은 영국식 교육과 접목되면서 현대에 이르러 상당한 수준의 과학 발전이 있었다. 인도 IT 산업의 발전도 이런 토양 위에서 나온 것이다.

■ 인도 영어는 방언이다?

미국식 영어, 영국식 영어와 같이 인도식 영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엄연히 기록돼 있다.

또 하나의 공식 영어인 셈이다. 인도식 영어 사용자가 무려 10억이다.

■인도 음식은 우리 입맛에 안 맞다?

인도 음식은 세계에 잘 알려져 있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 음식이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인도 음식의 진미가 제대로 알려지고 있다.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는 인도 음식은 특히 신세대의 입맛을 돋구고 있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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