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마시는 물을 놓고 '흙탕물'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시와 교육청은 각각 행정력과 예산을 동원, 각각 조사를 벌인 뒤 '정수기물이 안좋다' '수돗물 못믿는다'등 서로 다른 내용의 결과를 발표해 학부모와 학생들을 큰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市교육청 "학생 47% 물갖고 등교 초중고에 정수기 보급"
서울시 "수돗물에 웬 딴죽걸기 정수기물 더 안좋아"
두 기관의 갈등은 유인종 교육감이 자신의 재선 공약에 따라 2003년까지 84억원을 투입, 시내 초ㆍ중ㆍ고에 정수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측은 '안전한 수돗물 홍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왠 딴지냐'며 두 차례나 사업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끝에 14일 선제공격을 가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산하 수도기술연구소를 통해 초ㆍ중ㆍ고ㆍ 대학 12곳의 수질을 조사한 뒤 "수돗물은 12개교 모두 음용수 기준 적합판정을 받은 반면 정수기 물은 무려 11개교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면서 학교정수기물이 음용수에 적합치 않다고 발표한 것.
발끈한 교육청은 바로 다음날인 15일 25개 초ㆍ중ㆍ고교생 1,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초등학생 4명 중 3명이 집에서 가져온 물을 학교에서 마시는 등 전체 초ㆍ중ㆍ고생 가운데 46.9%가 집에서 물을 가져다 마신다"며 "또 조사대상 학생 가운데 학교 수돗물을 마시는 학생은 12.1%에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조사대상 학교 42.4%가 수도관이 10년이상으로 노후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시측이 "교육청은 역시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인 정수기를 보급하려 하기보다 차라리 학교 음용시설 개선사업에 예산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교육청측은 "수도관을 다바꾸는 동안 학생들은 무슨 물을 마시냐"고 맞서는 등 전쟁이 그칠 줄 모른다.
교원단체 관계자는 "마치 시장과 교육감이 세력다툼을 하던 5공초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어느쪽이 이기든 두 기관이 힘을 합치는 게 교육환경 개선을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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