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각료회의를 갖고 올들어 두 번째 감산을 단행할 전망이다. 감산폭은 하루 50만~100만배럴 가량이 될 것 보인다.베네수엘라의 알바로 실바 석유장관은 14일 "OPEC 기준유가를 배럴당 25달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하루 50만배럴 가량 감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경제제재로 OPEC 회원국이면서도 산유 쿼터에서 제외되고 있는 이라크는 하루 100만배럴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OPEC이 감산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세계 경제의 둔화세로 석유 소비 위축이 예견되는데다, 국제유가가 비수기를 앞두고 2월 중순부터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14일 22달러 대로 폭락했고,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중질유(MIT) 4월 인도분도 전날보다 각각 1.09, 1.15달러 내린 배럴당 24.16달러와 26.41달러를 기록했다. 오만의 모하마드 알-롬히 석유장관은 "이 추세라면 올 2ㆍ4분기에는 2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석유 소비국들은 수요 대비 재고량이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지난 1월 OPEC가 내린 150만배럴 감산 결정이 아직 시장에 효과를 내기도 전에 추가 감산이 이뤄질 경우 '수급 균형'을 넘어서는 가격 상승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지난해 보다 하루 141만 배럴 늘어난 7,680만 배럴로 추정된다면서 추가감산은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OPEC이 이번에 하루 100만배럴 감산에 합의할 경우 유가는 당분간 24~25달러를 유지하겠지만 7월부터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9~10월께 27~28달러 선까지 치솟은 뒤 겨울엔 초고유가가 재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슈뢰더 살로몬 스미스 바니 은행의 석유분석가 피터 지그누는 "OPEC이 당장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유가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하려 한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성장을 저해해 OPEC에도 손해를 끼치는 부메랑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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