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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악몽 떨치려 '구제역 방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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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악몽 떨치려 '구제역 방제전쟁'

입력
200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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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을 뒤덮은 소독약 연기, 거리를 가득 메운 방제차량, 신경과민 상태에 빠진 농민들..'구제역이 '페스트'처럼 영국에 이어 유럽 전역과 남미, 중동지역까지 휩쓸고 있다는 비보가 전해진 15일. 지난해 구제역 발생으로 큰 고통을 당했던 경기 파주와 충남 홍성지역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방역차와 방역요원들이 축사 안팎은 물론 이면도로, 농로에서 방제작업을 벌여 온 마을에 하루 종일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고, 농민들은 밤잠을 설치며 축사를 지켰다.

■ 축산농가 잠 못 이루는 밤

특히 지난해 3월 국내에선 66년만에 구제역이 첫 발생, 소 106마리를 도축했던 파주지역 축산농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외부 가축의 진입을 막으며 방제에 안간힘을 다했다. 파주지역에서 소,돼지,염소 등을 기르는 축산농가는 142세대.

사육중인 가축은 무려 2만9,000여두에 이른다.

지난해 구제역 발생으로 애지중지하던 소 15두 모두를 잃었던 김영규(金英圭ㆍ52ㆍ금파리)씨는 "죽은 소들이 악몽처럼 나타나 잠을 설치기 일쑤"라며 "정부지원과 대출로 소 13마리를 다시 마련했는데 구제역이 또 오면 이젠 끝장"이라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젖소 28두를 도축해야 했던 이근창(李根昶ㆍ53ㆍ금파리)씨도 "이제 소를 또 잃으면 먹소 살 수 조차 없다"며 축사에 소독약을 뿌려댔다.

■ 안방에도 소독약 냄새 진동

이곳 축산농민들에게 '방역'은 일상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기온이 다소 올라가지 시작한 지난 1월부터 매일 소독이 실시되고 있고, 하루에 3차례 축사에 소독약을 뿜어대는 농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농가의 안방에 들어서도 소독약 냄새가 진동한다.

장석호(張錫鎬ㆍ37ㆍ덕천리)씨는 "이 와중에 황사까지 오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며 "하루에도 20번 이상 소들을 살펴보곤 한다"고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15일에는 구제역 특별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전국 일제 소독이 실시돼 파주 일대 도로는 방제차량들로 종일 북새통을 이뤘고, 축산농가에는 소독약을 뒤집어 쓴 가축들의 비명이 그치지 않았다.

■ 홍성지역도 초긴장

지난해 4월 구제역 발생으로 한우와 돼지 등 1,868마리가 도살됐던 홍성군 일대에도 불안과 긴장감이 교차되고 있다. 지난해 입은 손실은 무려 457억원.

재앙을 막기 위해 지난달 초부터 비상방역체제에 돌입한 홍성군은 민ㆍ관 방역반을 편성, 매일 축사와 사료에 대해 순회소독을 실시하고 있고, 15일에는 군청과 11개 읍ㆍ면, 축협 직원 1,000여명이 동원돼 '방제 전쟁'을 벌였다.

홍성군 관계자는 "지난해 구제역의 정확한 발생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고 최근 황사가 자주 발생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4시간 비상체제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감염경로

방역당국은 우리나라의 구제역 감염 경로를 대체로 황사, 건초, 해외 여행객 등 3가지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황사가 예년보다 심할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축산농가의 우려가 크다.

농림부 이주호(李周浩) 가축위생과장은 "기상청과 핫라인을 연결해 황사예보를 농가에 신속히 전달하고 있다"며 "황사는 무차별적이기 때문에 미리 가축을 축사로 몰아 넣고, 건초 더미 등은 비닐로 덮어두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입건초의 경우 중국 등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들어오는 물량은 전량 소독조치를 취한 뒤 통관시키고 있다. 그러나 육류와 달리 구제역 발생국가에서 들어오는 건초에 대해서는 수입금지를 할 수가 없다.

지난해 이후 구제역 발생국가에서 수입된 건초는 모두 4만4,000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고쳐 올 7월부터 건초도 수입금지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그 때까지는 다른 방도가 없는 셈이다.

해외 여행객에 대한 공항과 항만에서의 소독조치와 이들이 반입하는 휴대 육류에 대한 검사도 대폭 강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의 육류제품 반입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후 적발된 해외여행객 휴대 육류는 4,393건, 27톤에 달한다.

방역당국은 그러나 구제역, 광우병 등 각종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업무는 폭주하는데도 검역 및 방역 인력은 태부족해 애로를 겪고 있다.

수의과학검역원 서울지원의 경우 1999년 전체 인원 21명이 4만2,962건을 처리했으나, 지난해에는 검역건수가 4만6,419건으로 늘어났는데도 인원은 15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검역원 관계자는 "원할한 검역업무를 위해서는 인력이 현재보다 1.5~2배로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역업무를 총괄하는 수의과학검역원과 현장 방역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시ㆍ도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검역원 관계자는 "2급인 검역원장이 각 시ㆍ도지사를 지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검역과 방역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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