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목소리가 높고 날카롭다◎새정의 :민망하게 되다. 우습게 되다. 나쁘게 되다.
◎용례 : 잘 보이려고 하다가 완전히 새됐다.
사람들을 비하할 때 주로 동물에 비유하는 언어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뚱뚱한 사람은 돼지, 행동이 굼뜬 사람은 굼벵이, 못된 사람은 개, 남에게 빌붙기를 잘 하는 사람을 빈대라고 부른다.
머리 나쁜 사람을 '닭대가리'나 '새대가리'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새는 그래도 후한 대접을 받아 왔다. 상상 속의 새인 봉황(鳳凰)은 고귀함을 상징했고, 학(鶴)은 고고함을 비유할 때 등장하는 동물이다.
실제로는 난교(亂交)를 일삼는 원앙은 부부 금슬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그리고 통칭해서 새는 자유로움이나 이상의 상징이다. 이것은 인간이 갖지 못한 거의 유일한 능력인, 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새가 요즘에는 창공을 날다가 도심 공원의 쓰레기통을 뒤지게 된 비둘기 신세처럼 비천한 표현으로 전락했다. 이 것은 신문에서 xx로 표기하는 '새끼'를 '새'로 줄여서 부른 데서 시작했지만 요즘에는 이와 상관없이 '새되다'가 나쁜 표현으로 사용된다.
이는 '목소리가 높고 날카롭다'는 뜻의 '새되다'라는 고유어와도 무관하다. "당신은 아름다운 비너스/너만을 바라보던 날 차버렸어/나 완전히 새됐어." 엽기적인 외모와 직설적인 가사로 요즘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는 랩 가수 싸이(PSYㆍ24)의 노래 '새'의 일부분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던 '새되다'라는 말을 가사에 쓴 것이다.
중학생 아들을 둔 주부 최양숙(41ㆍ서울 중랑구 묵동)씨는 이 노래의 가사에 대해 '여자가 차버려서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는 뜻 아니냐고 반문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최씨의 아들 박동선(15)군은 웃으면서 '우스운 꼴이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즉 어떤 일을 열심히 했으나 결국에는 황당하거나 민망스러운 모양이 되고 말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서울 동성고의 김행수 교사는 이것을 욕설에 들어가는 '새'라는 말과 '군계일학(群鷄一鶴)'에서 '일학(一鶴)'이 오히려 대접받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 사이의 분위기가 결합한 말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백조'라는 말이 이제 고고함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도도한 척 하는 여자를 놀리는 말로 사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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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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