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금융감독기구 개편의 正道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금융감독기구 개편의 正道

입력
2001.03.16 00:00
0 0

옛말에 화사첨족(畵蛇添足)이란 말이 있다. 뱀을 그리는데 실제 없는 발을 그려 넣어 원래 모양과 다르게 되었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일을 하다가 도리어 실패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현재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경제ㆍ사회적인 체질개선을 위하여 강도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이란 것이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이해집단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개혁의 본질이 변질되거나 개혁을 내세워 소속집단의 권한을 챙기려는 사례도 없지 않다.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금융감독기구의 개편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금융감독업무를 감독업무와 검사업무로 구분하여 감독업무는 공무원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가 담당하고 검사업무는 민간인 조직인 금융감독원이 담당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금융감독기구 개편논의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는 언제쯤 되어야 선진국 수준의 의식개혁이 이루어질까 하는 착잡한 마음이 앞선다.

사실 현재의 금융감독제도는 1997년 1월 금융개혁위원회가 설치되어 6개월 이상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외환위기를 계기로 IMF의 권고에 따라 어렵게 마련된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제도를 시행한지 3년이 안 되어 또다시 바꿔야 한다면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더욱이 앞으로는 금융감독업무를 공무원이 담당토록 한다는데 여기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한 국장의 개인적인 비리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초래한 적이 있었다. 금융감독원 직원의 비리문제는 그 자체가 감독업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사회적으로 서민층에게 심각한 박탈감을 안겨주었던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인적인 비리문제는 어디까지나 금융감독원 직원 개개인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로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개인적인 비리문제를 계기로 너희는 감독업무를 담당할 자격이 없는 부자격자라는 식으로 금융감독원에서 감독업무 자체를 폐지하여 다른 기관이 담당토록 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과잉대응일 뿐 아니라 우리 금융의 먼 장래를 보아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상이다.

국제적으로도 금융감독업무를 정부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금융감독업무를 정부로부터 독립적이고 보다 전문적인 민간감독기관이 수행토록 하고 있다.

97년 통합감독기구를 출범시킨 영국의 예를 보자. 영국은 통합전 중앙은행인 영란(英蘭)은행 은행감독부 등 9개 민간 감독기관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통합후에도 여전히 민간감독기관의 위상을 부여하고 있다. 금융감독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금융의 정부예속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제도 역시 최선의 것은 아니지만 IMF 등 국제기구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비교적 합리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이유없이 이를 부인하고 특히 감독권한을 정부기관에 부여할 경우 우리나라 감독업무에 대한 국제사회의 또 다른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개편을 논의하면서 감독업무를 공무원조직으로 이관한다는 등의 화사첨족식의 개편논의가 이루어져서는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공무원 조직의 권한 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차제에 민간 전문가들이 수없이 제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순수민간전문기관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기를 권고한다.

그것이 바로 금융감독업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고 우리 금융의 자율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박진근·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