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성하 형님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옥희 누님과 창하 형님도 모두 잘 지낸답니다. 어머니, 제발 눈 좀 떠 보십시요."15일 이산가족 서신교환을 통해 전달된 북녘의 형 성하(成河ㆍ74ㆍ김일성대 철학부 교수)씨의 편지를 두손에 꼭 쥔 김민하(金珉河ㆍ67)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100세 노모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에 갔을 때만 해도 '공인'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북에 있는 두 형님과 누님을 수소문하지 않았던 김 부의장.
하지만 이날만은 북에 남겨진 3남매의 생사조차 모른 채 6개월째 의식불명에 빠진 노모 앞에서 "불효를 용서해달라"며 울먹였다.
김 부의장은 "한국전쟁 때 고려대 경상학부에 재학중이던 둘째 형 성하씨를 비롯, 큰 누이, 넷째 형 등과 헤어진 뒤 생사조차 모르고 지냈다"며 "특히 성하 형님은 어려서 늑막염으로 고생하던 나를 위해 한겨울에도 산길을 마다하지 않고 약초를 구해왔을 정도로 형재애가 각별했다"고 엷은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2장의 편지에 동봉된 형님과 누이의 사진을 노모의 가슴에 올려놓은 뒤 "어머님의 안부를 몰라서 자나깨나 가슴 아프게 지내왔는데 뜻밖에 어머님께서 생존하고 계시다는 반가운 소식에 저는 온 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55년만에 처음 편지 올리는 제 가슴은 높뛰고 있습니다"라는 대목을 두번 세번 다시 읽으며 노모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김 부의장의 눈가에는 또다시 북받치는 55년 설움이 알알이 맺혔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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