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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벤처 횡포에 영세벤처 '죽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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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벤처 횡포에 영세벤처 '죽을맛'

입력
200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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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신기술 개발, 새로운 기업영역 개척과 함께 참신한 기업문화 조성에 대한 기대감을 주었던 벤처기업들이 갈수록 기존 기업을 닮아간다는 지적이 많다.최근 일부 벤처기업가들에 의한 주가조작, 횡령사건 등으로 벤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데 이어 요즘 벤처타운 주변의 '올챙이 벤처'들 사이에서는 '공룡벤처'들의 횡포가 한창 불만의 대상이 되고있다.

벤처 1세대 등을 중심으로 이미 대기업화한 상당수 벤처업체들이 신생 벤처들을 상대로 기존 기업들의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을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는 것.

◈ 공룡벤처들의 횡포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의 네트워크서버 제작업체 김모(37)사장은 죽을 맛이다. 올해 초 납품계약을 맺은 국내 굴지의 A인터넷 기업이 판매대금을 주지않기 때문. 김 사장은 "분명히 제품이 팔리고 있는데도 '아직 수익이 없다'는 핑계로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벤처기업으로부터 CI(기업이미지통합)작업을 의뢰받은 C사는 직원 5명이 수개월간 매달려 작업을 했지만 계약기간 두달이 지나서야 사정사정해 대금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파산 일보직전까지 갔다.

지난해 D시스템통합업체가 따낸 정부발주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가한 E사 등 3사도 아직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 "D사측이 '실력을 쌓을 좋은 기회를 주었지 않느냐'며 프로젝트 비용을 독식해 버렸다"는게 '올챙이'들의 하소연이다.

◈ 하소연할데 없는 올챙이 벤처

소규모 벤처업체들은 "'전략적 제휴' 명목으로 맺어지는 구두계약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룡벤처들이 '뒤탈'을 없애기 위해 정식계약을 꺼리기 때문.

정식계약이라도 소액이어서 법에 호소하기가 마땅치 않다. F사 김모(33)실장은 "법원 등에 쫓아다니기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업계에서 '왕따'당할까봐 소송을 포기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최근의 불황은 소형 벤처들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수개월간 홈페이지 구축 대금을 받지 못한 G사 관계자는 "다른 거래선을 찾아보려 해도 마땅하지 않다.

그나마 이 업체에 잘못 보이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꾹 참는다"며 고개를 떨궜다.

◈ 되물림되는 악습

거대 벤처로부터 당한 중견 벤처들은 다시 영세 벤처에 앙갚음을 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

심지어 소규모 벤처에 경영, 홍보 등을 아웃소싱한 소규모 벤처기업들도 대금 지급을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가 참신과 도전의 대명사던 시절은 갔다. 이 바닥도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단정지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사업자의 연 매출이 20억원이상에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의 매출액 절반, 혹은 종업원 수 절반이하면 벤처업체도 하도급법이 적용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강 훈 기자

hoony@hk.co.kr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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