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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문 열렸는데 외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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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문 열렸는데 외유라니

입력
200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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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이 열렸는데도 여의도 의사당은 텅 비어 있다. 국회 의원들이 무더기로 외유에 나서기 때문이다.15일 현재 외국에 나가있는 31명을 포함, 이번 회기 중 42명이 외유에 나설 예정이다. 나라가 돌아가는 본새는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은데, 의원들은 방학을 맞은 학생들처럼 대거 외유에 나선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에 대해 여당은 야당이 특정한 목적으로 소집한 '방탄성 국회'라며 별 뜻이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나, 어쨌든 의사당 문이 열려있고 여야가 함께 참여하기로 했으면 의원들은 할 일을 하는 게 도리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국회가 할 일은 많다. 이상하게 꼬이는 남북문제, 해외변수까지 겹쳐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문제 등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더욱 국회가 한심스러운 것은 요 며칠사이 몇몇 의원들이 보여준 납득키 어려운 행동 탓이다.

엊그제 국회 건교위 의원들이 인천공항에 가서 벌인 해프닝은 의원들이 얼마나 몰염치한가를 여실히 증명했다.

공항측이 '국제공항에서의 귀빈예우에 관한 규칙'을 들어 귀빈실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데 대해 "국회의원이 어떻게 일반 시민들과 함께 줄을 서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가"라고 윽박질러 결국 사용제한을 무산시켰다고 전해진다.

이런 행동이야 말로 천박한 집단 이기주의 발로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국회의원의 금배지가 그렇게 존귀한 것인지를 처음 알았을 것이다.

최근 자민련으로 이적한 한 의원이 대통령에게 보낸 '합당 건의서한'의 내용은 정치인의 도덕성을 새삼 들먹이게 하는 일이다.

서한에는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 구구절절한데 그 중 이런 대목도 있다. "일생일대의 성업(聖業)을 위해 강을 거슬러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 알을 낳은 뒤 생을 마감하는 연어처럼 대통령님을 위한 충정 하나로 연어가 되기로 결심 했다."

이 글귀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 너무도 지나쳐 우리가 마치 왕조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편지를 어떻게 쓰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로 뽑힌 사람이 왕조시대나 있을 법한 그런 글을 쓰고, 또 그 내용이 공개됐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구나 그 글의 내용은 정치 도덕적으로 떳떳한 것은 아니다. 결국 그는 자민련 함락을 위한 '트로이의 목마'였음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된 것이다. 이런 것을 정도의 정치라고 할 수는 없다.

국회는 하루빨리 정상화 해야 한다. 더불어 의원들은 이번 회기 중 정도의 정치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 보기를 권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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