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골퍼라면 누구나 프로와 라운드하기를 바란다. 고수로부터 귀중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프로와 함께 라운드한다고 해서 누구나 배움을 얻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울경제신문과 괌 공항관리공단이 공동주최하고 ISE가 주관한 제3회 서경-GIAA 한일친선골프대회가 6~8일 괌에서 열렸다.
한국의 연예인과 저명인사, 재일동포 사업가, 괌 유력인사 등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프로골퍼들과 함께 라운드하는 프로암대회였다.
모처럼 프로와의 라운딩기회를 갖게 된 아마추어들은 한결같이 프로들에게 한 수 지도를 간절히 요청했고 모두가 프로의 장점을 송두리째 흡수하겠다는 열의로 차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아마추어는 18홀 내내 골프의 모든 것을 배우겠다는 욕심으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배우려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라운드를 끝내는가 하면, 어떤 아마추어는 단 한번의 지적을 완벽하게 소화해 그렇게도 속썩이던 고질병을 깨끗이 치유하기도 했다.
또 매번 프로의 지적을 기다리느라 자기 페이스를 잃는 아마추어가 있는가 하면, 프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하며 무언의 가르침을 스스로 깨치는 아마추어도 있었다.
좋은 스승이 좋은 제자를 알아보듯, 좋은 제자 역시 훌륭한 스승을 알아보는 법. 아집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배우겠다는 자세의 아마추어들은 프로의 가르침을 속속 받아들이는데 반해 프로 못지 않은 장타나 기술을 가진 아마추어들은 프로와 대결을 벌이다 제 풀에 페이스를 잃고 귀중한 배움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곤 했다.
어느 날 한 대학교수가 선사를 찾아가 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선사는 차를 대접하겠다며 다기를 펼치고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선사는 찻잔에 차가 철철 넘치는데도 차를 계속 따랐다. 차가 흘러 넘치는 것을 보다 못해 교수가 말했다.
"선사님, 차가 흘러 넘칩니다." 이에 선사가 입을 열었다. "그대의 아상(我相)이 이처럼 넘쳐흐르니 먼저 아상의 잔부터 비우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 어찌 그대에게 선의 차를 따를 수 있겠오." 에고를 비우지 않고선 선의 진면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충격을 받은 대학교수는 선사에게 큰절을 올리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물러났다.
골프를 배우는 자세도 선을 배우는 자세와 다를 바 없다. 어설픈 지식, 선입견 등에서 벗어난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가질 때 가르침은 진정한 배움이 될 수 있다.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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