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또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일본을 흥분시킬 것이다. 제작기간 5년, 제작비 10억엔(약 100억원)의 '메트로폴리스'. 21세기 최첨단 디지털기술과 일본의 전통 셀(cell)애니메이션이 결합해 50년전 데츠카 오사무가 남긴 명작의 상상력을 되살렸다.부유한 지상도시와 가난한 지하도시가 대립하는 메트로폴리스에서 인조 소녀 티마가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감독은 링 타로이다.
'메트로폴리스'는 자기 자랑을 늘어 놓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터들도, 제임스 카메론도, 뤽 베송도 영향을 받은 데츠카 오사무, 그래서 그들이 완성을 기다리고 있는 꿈의 프로젝트. 디즈니에도, 지브리(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튜디오 이름)에도 없는 아주 새로운 압축적 영상세계.'
압축적 영상세계라니. 무슨 말이지 몰라 와타나베 시게루(渡邊繁ㆍ44)씨에게 물어 보았다.
그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자 제작사인 반다이 비주얼의 전무이다. "셀과 컴퓨터그래픽, 컴퓨터그래픽의 2D 배경과 3D 인물의 가장 자연스러운 조화와 일체감을 말한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어떤 기술을 사용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마치 '메트로폴리스' 에서 인간과 사이버가 공존하듯, 애니메이션도 실사와 자연스런 공존을 모색한다.
그러고 보니 반다이 비주얼이 최근 오시이 마모루의 '아바론'의 공동 제작사였고, 시게루씨가 그 작품의 프로듀서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실사를 가공해 환상(애니메이션)으로 접근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결국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었으며, 미래 인간에 대한 정체성을 묻는 가장 효과적이고 철학적인 방식이 됐다.
"메트로폴리스 역시 목적은 같지만 접근 방향이 반대다. 3D와 2D의 시각효과를 최대한 살려 가장 실사에 가깝게. 그것은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같은 디즈니 3D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 방식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테크놀로지는 디지털시대에 특별한 것도, 독점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것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오시이 마모루 스타일, 링 타로 스타일 같은. 시게루씨는 "그 스타일이야말로 21세기의 영화의 화두가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이제 '컴퓨터그래픽을 이렇게 썼다'로 파는 시대는 지났다. 어떤 기술인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고, 마치 게임 속에 빠져드는 느낌처럼 만들어야 한다."
시게루씨는 게이오대 법학과 출신이다. 1981년 게임회사인 반다이 그룹에 입사한 그는 2년후 그룹 내 반다이 영상레벨이묘션이란 영상업체를 창설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곳(후에 반다이 비주얼로 이름이 바뀜)에서 프로듀서 겸 전무로 일하고 있다.
애초에 법관이 되기에는 공부가 싫었고, TV에서 '아톰'을 본 여섯 살 때부터 만화영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이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수를 기억하지 못한다. 올해만 해도 5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맡고 있다.
오시이 마모루와 1983년에 만나 그의 첫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 '다로스'를 함께 만들었고, 키타노 다케시의 감독 데뷔작 '그 남자 흉폭하다'(실사영화, 1989년)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3편을 찍고 있는 '기동경찰 페트롤'시리즈도 그의 작품이다.
그때마다 그는 한가지 신기술을 얻어냈고, 새로운 감독을 찾아냈고,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래서 그가 작품 선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도 '신기술과 연결되는가' '젊은 감독에게 기회를 주는가' '캐릭터가 좋은가'세 가지이다.
'아바론'은 4년이나 걸려 적자를 보았지만, 기술축적이라는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이익이라는 것이다.
"기술을 축적하는 방법은 경험뿐이다. 스타일을 개발하는 길 역시 디지털환경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우는 길 밖에 없다."
그에게 애니메이션은 환상에 '혼'을 불어넣는 일이다. "몇 년이 지나도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가.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다."
후원 LG상남언론재단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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