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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항점검보다 '귀빈실'갑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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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항점검보다 '귀빈실'갑한 의원

입력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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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을 왜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에서 쫓아냅니까." "의원들이 귀빈실을 때려부수기라도 한다는 겁니까.." "맞아요. 국민 대표에 대한 출입금지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지요."13일 개항(29일 예정)을 불과 보름 앞두고 긴장감마저 감돌던 인천국제공항 청사. 이날 공항 운영체계 점검에 나섰던 국회 건설교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답사를 마친 뒤 간담회가 열리자 마자 엉뚱한 발언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들은 강동석(姜東錫)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앞에 한 채 소리 높이며 협박성 질문을 퍼부어 한동안 험악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결국 강 사장은 의원들의 압박에 못 이겨 "인천공항 귀빈실도 김포공항처럼 의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국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던 인천공항 귀빈실의 '엄격한 운영'계획이 폐기되는 순간이다.

이 광경을 지켜 본 공사 관계자들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배지'들은 어디서나 염불(공항시설 점검)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귀빈실)만 탐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목도했기 때문이다.

공항공사측은 이달 초 국민정서를 감안, 전ㆍ현직대통령, 3부요인 등 극소수 VIP들만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회의원 등은 별도의 유료 비즈니스센터를 활용하도록 방침을 정했었다.

귀빈실 이용제한은 건설교통부가 정한 '국제공항에서의 귀빈예우에 관한 규칙'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또 법규를 무시하는 꼴이 됐다.

이용료가 비싸고 불안하다는 혹평이 잇따르고 있는 인천공항. 국회의원들은 그 곳을 더욱 더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송원영 사회부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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