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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기자의 패션벗기기] (20)싸게?비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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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기자의 패션벗기기] (20)싸게?비싸게?

입력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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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디자인, 광고비 등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 중산층을 위한 브랜드, 싸게 사고 대신 다른 것을 하나 더 사자.. 언뜻 보면 참 합리적인 광고 문안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전을 내세운 패션 브랜드들은 늘 성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입니다. 우리 패션가에서는 '보통 사람을 위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박힌 브랜드가 성공하기가 매우 힘듭니다.오히려 이 쪽이 어떤가요? 특별한 분을 위한 특별한 제품, 당신에게만 먼저 선보입니다, 비싼 만큼 가치를 합니다 등등. 값이 비싸더라도 고가 전략이 훨씬 잘 먹히지요. 패션 상품은 특히 제품의 질과 함께 제품의 이미지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제품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식으로 인식되면 매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가격이 낮은 것은 물론 큰 장점이지만 그것을 내놓고 선전하는 것은 별로 효과적인 판매 전략이 아닙니다.

청바지 닉스가 처음 급부상한 것도 이러한 성공 사례입니다. 2만원짜리 시장 청바지가 팔리던 때 닉스는 가격대를 10만원 정도로 높이고 '소비자의 자존심'이라는 광고 전략을 폈습니다. 결과적으로 닉스는 국내 청바지 시장을 압도했습니다. 세계적인 청바지 브랜드 게스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지 못한, 아주 드문 시장이 한국입니다(물론 이러한 성공을 계속 유지하느냐는 별개 문제죠).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가 한국 브랜드 롯데리아에 맥을 못 추는 것과 비슷하죠?

화장품에서도 이 같은 전략은 비슷하게 통합니다. 할인매장이나 슈퍼마켓 등에 보급되는 화장품이야 일상생활용품 개념으로 싸고 무난하다는 식의 광고가 먹힙니다. 반면 백화점에서 유통되거나 방문판매로 팔리는 화장품은 절대 이러한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고가 화장품, 해외 수입 명품 브랜드들은 자주 노출되는 것조차 꺼립니다. 그보다는 타깃 소비자층을 겨냥, 패션전문지 광고를 주로 합니다. TV 광고 같은 대중매체는 오히려 피한다는 이야기죠.

방문판매 화장품은 이조차 잘 안 합니다. 순전히 방문판매원의 입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이름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업체로선 이름을 알릴 필요가 없습니다. 안 그래도 매출이 높은 효자상품이니까요.

물론 우리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품의 질도 괜찮고 가격도 합리적인 브랜드들이 외면당할 땐 은근히 안타깝습니다. 10배나 비싼 가격표를 단 다른 제품과 비교해 큰 차이도 없는데 하는 생각에서죠. 제품의 질을 가격으로만 판단하는 소비습관에서 한 발 나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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