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의 대북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한미, 한ㆍ미ㆍ일 3국간 대북정책을 조율할 고위실무협의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북 인식의 차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양자 또는 3국간 실무진이 만나 대북정책의 눈높이를 맞춰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3국간 공조 체제의 틀 속에서 점검하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 실무 협의체의 본격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미측도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이틀만에 한미, 한ㆍ미ㆍ일 고위 실무협의를 26일부터 서울에서 갖자고 제의 하는 등 실무협의에 적극적이다.
특히 미측은 국무부의 대북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 제임스 켈리 동아ㆍ태 차관보 내정자가 회의 때까지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할 경우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해온 토마스 허바드 차관보 대리를 보내기로 하는 등 협의체 가동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임성준(任晟準) 외교부 차관보가 다른 일정이 있어 26일 회의는 어렵겠지만 이달 말 또는 늦어도 4월초까지는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분간 3자 협의보다는 한미 협의에 비중을 둘 예정이다. 미 대북정책의 큰 틀이 짜여지지 않아 3각 공조를 본격화할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대신 우리 대북 정책의 골간과 세부 현안을 미측에 상세히 전달,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한미 협의에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반응 분석에서부터 ▦제네바 핵 합의 이행 ▦북미 미사일 협상 ▦재래식 무기감축 등 제반 현안이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클린턴 행정부에서 진행된 북미 관계와 지난해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 대한 평가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강조하는 상호주의 와 검증, 우리의 포괄적 상호주의간의 공통분모를 찾아간다는 복안이다.
3자 협의체의 경우 클린턴 행정부 때의 3자정책조정그룹(TCOG) 회의의 명칭과 형식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게 확실하다. 부시 행정부가 TCOG을 클린턴 시대의 유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관보급의 실무적 협의 기능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측도 최근 제시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6대 원칙 중 한ㆍ미ㆍ일 공조를 최우선 순위에 둘 만큼 비중을 두고 있다. 3자 협의체는 한ㆍ미ㆍ일 3각 공조를 떠받치는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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