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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IT도시들] (14)소피아 앙티폴리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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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IT도시들] (14)소피아 앙티폴리스-下

입력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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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라."프랑스의 최고 첨단 산업단지 소피아 앙티폴리스와 입주 기업들은 요즘 아시아 시장 진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유럽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다 아시아는 미국에 이은 제 2의 시장으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각국의 인터넷과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에 대한 수요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와 지방 정부인 알프스 마리팀 데파르트망의 주 관심사는 공단에 입주할 아시아 기업과 자본 유치에 있다. 이 단지에는 외국 기업들이 10%가량 입주해 있지만, 그 중 90%가 미국과 유럽 각국들로 지역적 편중 현상을 보이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알프스 마리팀 데파르트망과 단지 운영회사인 SAEM은 도쿄(東京)에 사무실을 설치한 데 이어 각국의 박람회 등에 직접 참여,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프랑스 산업 박람회에도 직접 대표단을 파견했으며, 올 하반기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사이언스 파크 관련 세미나에도 관계자들을 보낼 예정이다.

장 프랑스와 샤프롱 코트 다쥐르 개발청 아시아 담당 이사는 "아시아 기업들은 그 동안 미국 시장의 진출에만 관심을 쏟고 있어 소피아 앙티폴리스에 별로 입주하지 않았었다"며 "그러나 최근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지난 해부터 아시아 기업들이 소피아 앙티폴리스에 입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대표적인 성과는 일본 도요타의 유럽 디자인센터가 지난해 5월 1,500만 달러를 들여 단지에 입주한 것과 싱가포르의 CAN 엔지니어가 지난해 6월 제품생산 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아소피아에 7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와 한국과의 인연 역시 깊지 못한 편이다. 1986년 당시 동력자원연구소 해외지사가 입주해 1988년 12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과학기술 연구소로 정식 인가를 받은 후 '동력자원연구소 앙티폴리스 지사'로 이름을 바꾸어 연구사업을 한 것이 전부다.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나 연구소는 영국쪽에 있다.

샤프롱 이사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좋은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지에 입주해 있는 인터넷 및 정보통신 업체들도 한국의 협력업체와 자본 투자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 더욱 적극적이다. 아소피아는 올해 말까지 미국과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인데 한국의 협력업체를 찾고 있다.

네트워크 관리 솔루션 개발업체인 '라이트 비전'도 마찬가지다. 미국인 존 F 마호니가 설립한 이 회사는 회사의 네트워크를 관리해주는 '아이 박스'를 개발, 유럽시장을 공략한 뒤 최근에는 미국과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네비게이터 개발업체인 '옵티웨이'는 1998년에 창립한 뒤 3년 만인 지난해 뛰어난 기술력으로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으로부터 1,6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옵티웨이는 지도 등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하는 자료를 최소한으로 압축시키는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 이를 자동차의 네비게이터나 이동통신 등에 적용시키고 있다.

이 회사의 패트릭 드 로퀘모렐 CEO는 "아시아의 이동통신 시장이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파트너와 기술공유 및 상품개발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22개 권역마다 첨단산업단지

프랑스는 22개 레지옹(지역, 한국의 도가 몇 개 모인 개념)에 한 곳 이상의 첨단 산업단지가 있을 정도로 나라 전체가 첨단 산업단지 육성에 전력을 쏟고 있다.

현재 국제사이언스파크협회(IASP)에 가입된 프랑스의 첨단 산업단지(프랑스어로 테크노폴ㆍTechnopole)만 모두 21곳이다. 또 프랑스 테크노폴협회(FTEI)에 등록된 테크노폴과 창업보육센터가 각각 46 곳과 10여 곳이다.

이 중 대표적인 테크노폴이 바로 정보통신산업(IT)의 중심지인 소피아 앙티폴리스와 우주 항공산업으로 대표되는 툴루주, 닷컴과 인터넷 산업으로 유명한 대서양 연안의 아탈랑트, 유럽 최고의 e비즈니스 타운인 파리의 실리콘 상티에 등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 첨단 산업단지가 정보통신산업과 인터넷 기업들을 적극 유치하는 등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

프랑스의 첨단 산업단지 조성은 1970년대 파리에 집중된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려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과 낙후된 지역 산업을 발전시킬 지방 정부의 필요성이 맞아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특히 프랑스와 미테랑 정부가 1982년 지방 자치권을 강화하는 행정개혁과 유레카 등 과학 기술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 첨단산업이 급성장했다.

그러나 90년대 들면서 프랑스는 80년대의 급성장에 안주,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미흡과 정부의 엄격한 조세정책, 부족한 노동시간 등이 복합되면서 국제적인 IT산업 흐름에서 뒤처지게 됐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지난해 프랑스의 IT산업 인프라를 'C학점'으로 매길 정도였다.

열악한 사업 환경에 벤처 기업가들의 '탈 프랑스'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질베르 모당 파리 10대학 교수는 "세금과 주당 35시간의 노동시간 등 프랑스는 신기술 산업이 성장하기에는 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집권 후 대대적인 IT산업 육성정책을 펴면서 다른 선진국과의 간극을 메우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프랑스 정부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첨단 산업단지 마다 벤처 기업의 창업이 계속되고 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의 운영회사인 SAEM의 크리스티앙 카브롤 이사는 "첨단 산업단지는 이제 어느 한 분야만을 집중육성해서는 안되며 전 산업이 골고루 발전해야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권혁범기자

■더마테크 CEO 장 자크 부망딜 인터뷰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기술력 덕분에 지금의 더마테크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소피아 앙티폴리스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더마테크의 장 자크 부망딜(55) 최고경영자(CEO)는 벤처 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공한 경영철학으로 'F1 정신'을 꼽았다. F1은 경주용 자동차로 운전자와 기술자들의 협력, 기술력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우승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더마테크는 1990년 설립, 10년만에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술력 있는 벤처 기업으로 성장했다. 처음 석유화학 및 쓰레기 재활용 장치로 사업을 시작, 지금은 전자기판에 칩을 장착하는 기계와 칩 제조공정을 관리하는 자동광학검사 장비 등 전자제품을 주력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이 제품들은 국내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며, 미국, 유럽, 아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올 매출액 중 30%를 수출에서 올릴 계획이다.

1996년 파리의 증권거래소인 누보 마르세에 상장한 더마테크는 현재 직원이 총 120명으로 그르노블에도 공장이 있다. 제품에 필요한 부품들은 모두 하청회사에서 조달 받고 있으며, 본사에서는 연구와 개발 및 완제품 조립만 하고 있다.

기술자 출신인 부망딜 사장은 처음 회사를 세운 뒤 기술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 종업원 주주제를 실시했다. 이 덕분에 이 회사는 노조가 없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법정 노동시간이 주당 35시간으로 제한돼 있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은 몸이 불편해도 출근, 스스로 밤늦게까지 남아 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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