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에 없는 10가지(十無)-무 차입, 무 혈연경영, 무 거품인사, 무 격식, 무 사옥, 무 파벌, 무 로열티, 무 명퇴, 무 분규, 무 욕(欲)."홍원식(洪源植ㆍ50ㆍ사진) 남양유업사장의 경영신조는 '이무십성일 (以無十成一)'.
작은 10가지를 없애 큰 하나를 이룬다는 것이 20여년간 홍 사장이 지켜온 변함없는 초심 경영이다. 그는 지난 13일로 창립 37주년을 맞아 이 같은 신조를 더욱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지난해 매출 6,300억원, 당기순이익 750억원(세후)으로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온 남양은 유 음료업계에서도 손 꼽히는 알짜 중견기업. 외환위기 이후 남양의 '무 차입 경영'신화가 재계에서 회자되면서 지금까지 웬 만한 기업매물이 나올 때마다 금융 기관들은 앞 다퉈 남양에 인수 의사를 타진해올 정도다.
그러나 홍 사장의 주관은 흔들림이 없다. 매출 1조 원대를 내다보는 남양이지만 본사 사옥조차 없이 30년 넘게 남의 빌딩(남대문로1가 대일빌딩)에 세 들어 사는 것도 투자우선 순위를 제품개발과 생산성 향상이란 한 우물파기에 깊이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남양의 50여 개 생산 제품 중 외국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가며 만들어내는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네슬레 등 타사 제품의 판매를 대행해 주고 있을 정도.
내실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홍 사장은 격식을 싫어한다. 10평 남짓할 규모의 사장실에서 셔츠바람으로 자신의 좁은 테이블에서 중역회의를 가질 만큼 그는 상식의 격식마저 파괴한다.
홍 사장의 일관성 있는 사업목표 달성의식은 조직운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사내에 홍 사장의 친ㆍ인척은 단 한명도 없다. 그 이유로 그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매정할 만큼 인사청탁이 안 통하는 데가 바로 남양이다.
오너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내에 학연ㆍ지연에 따른 파벌도 조성될 공간이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승진을 놓고 괜한 눈치경쟁이 필요 없기 때문. 남양에선 평균 25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라도 연봉과 대우는 타사의 이사수준이지만, 그저 만년 '부장'으로 직급 거품이 없다.
홍 사장은 "일관성 있는 품질관리와 깊이 있는 제품 생산을 위해선 괜한 직급 인플레가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인위적인 명예퇴직제는 남양에선 경험해 볼 수 없는 다른 나라 예기다.
올 8월께 남양유업은 천안에 유 가공업체로는 세계최초로 무인자동화 공장건립을 통해 새로운 재도약을 준비 중에 있다. 1,200억원의 자체 자금을 투입해 만드는 이 공장에 거는 홍 사장의 기대는 남다르다.
그는 "지난 3년간 세계 유명 유 가공 공장들을 모두 둘러보며 그 장점만을 배우려고 노력했다"며 "그 동안 10무를 통해 넓이보단 깊이를 이루려는 장인정신의 노력이 천안 공장건립을 통해 어느 정도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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