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각급 학교에 설치된 정수기를 거친 물이 수돗물보다 오히려 음용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14일 서울시 수도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초ㆍ중ㆍ고 및 대학교 12곳을 대상으로 수돗물과 정수기 물의 수질을 비교 조사한 결과, 수돗물은 12개교 모두 음용수 기준 적합 판정을 받은 반면 정수기 물은 무려 11개교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수기 물은 대부분 일반세균의 과다검출이 원인있었으며, 일반세균 검출량이 먹는 물 수질기준의 최고 36배인 3,600CFU/㎖에 달한 곳도 있었다.
특히 TㆍB초등 J중학 등 3곳에서는 정수기 물의 산성도가 기준치(pH 5.8∼8.5)보다 낮은 4.8∼5.4로 측정됐고, C고에서는 수질 기준의 1,000배가 넘는 1,010㎎의 아연이 검출되기도 했다.
수도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정수기 수돗물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정수장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이라며 "필터교체 등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수기 물보다 수돗물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생 건강증진 등의 명목으로 2003년까지 시내 1,194곳의 초중고 등에 정수기를 설치하려는 서울시교육청의 사업계획 진행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김종래(金鍾來) 시의원은 이날 시의회 본회의에서 "정수기 관리능력이 부족한 일반 학교에 무조건 정수기를 설치하려는 시 교육청의 사업계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는 "샘플조사 결과를 놓고 전체 학교의 수돗물이 정수기 물보다 안전하다는 논리는 무리"라며 "시와 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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