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27 한러 공동성명에 포함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의 보존ㆍ강화' 조항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반응은 이 조항과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분리해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러시아 정부는 그 동안 국내에서 'NMD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언론들은 한러 정상회담 직후 이 조항에 대해 우리나라가 미국의 NMD 체제에 반대한 것으로 해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로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 언론들은 우리 정부가 지난 달 말 NMD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 뒤에는 한국 정부가 미국을 의식, 러시아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하면 러시아 정부의 반응은 'NMD 논란'이 당초 한러 양국이 공동성명 문안을 협의할 때의 상황에서 많이 비껴나 있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측은 당초 공동성명에 ABM 조약은 물론 미국의 NMD 및 전역미사일방어(TMD)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자는 주장을 폈으나 우리가 이를 거부하면서 전략무기 감축과 관련한 내용만 포함시키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의 반응은 'ABM 조약의 보존ㆍ강화'란 표현이 미국과 러시아가 국제회의에서 타협한 결과로 나온 가치중립적 문구로, NMD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정부 입장을 확인해 주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같은 입장을 우리 측에 밝힌 배경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당초의 입장에 대한 객관적 전달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지만 러시아가 굳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힐 이유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NMD 문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이해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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