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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장관급회담 연기 통보 안팎 / 회담 코앞서 "불참" 정부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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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장관급회담 연기 통보 안팎 / 회담 코앞서 "불참" 정부 당혹

입력
200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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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 당일인 13일 오전 9시10분 북측으로부터 회담 불참을 전격 통보 받자 적지않게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12일까지 북측 요구에 따라 북측 대표단의 비행기와 숙소예약 등의 실무작업을 마치고 전날 판문점 남북 연락관간 접촉에서도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태도는 북측의 통보소식이 언론에 공개된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북측 통보 직후 국정협의회를 주재중인 이한동(李漢東) 총리에게 보고했고, 협의회에 참석중인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오전 10시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정작 서둘러 알려야 할 신라호텔 장관급회담 프레스센터에는 10시30분께야 이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는 정부는 청와대 통일부 등 관계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면서 회담 연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후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연기 배경으로 북측 대표단의 건강문제와 정치일정 등 북측의 내부사정을 꼽았다.

한 당국자는 "이유는 내부사정 밖에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1998년 차관급회담을 통해 이상이 확인되기도 했던 북측 단장 전금진(全今振) 내각참사의 건강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장관급회담 남측 대변인인 김형기(金炯基) 통일부 정책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에 따른 연기가 아니다"며 "이번 일은 단순한 날자 조정에 관한 것으로 남북관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회담 연기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국제적 판세를 읽기 위한 북측의 '시간 벌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실장은 "북측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리게 되는 이번 회담이 한미 정상회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 냉각기를 갖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파장에 대해서도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미 정상회담과 장관급회담 연기를 굳이 분리해 보려는 당국의 분석과는 차이가 있다.

한편 북한이 회담 당일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한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는 여론이 높다.

협상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 같은 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측 수석대표인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전화 통지문을 통해 강한 유감의 뜻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전문가 시각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13일 북측이 남북 장관급회담을 갑자기 연기한 것에대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동시에 내부 입장정리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장기적인 남북관계 교착으로 이어지지는 ?邦?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영대 전 통일원 차관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한반도 정세가 크게변함에 따라 일단 사태를 관망하려는 것 같다.북측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하고,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 정권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매우 격화해 있다. 또 한·미·일 3국 공조를 강조한 점도 6·15선언 제1항의 자주적 원칙에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남측에 항의하려는 뜻도 담겨있는 것 같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북측은 부시행정부가 계속 대북 강경노선으로 나오고,김대중 대통령도 투명성 검증,포괄적 상호주의 등을 얘기하며 민족 자주적인 입장 보다는 대미 예속적인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남측이 동족과의 공조 대신에 외세인 미국과의 공조를 다짐하고,김정일 위원장 서울 답방 때 평화선언 대신 불가침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힌 점 등은 자신들의 입장과는 배치된다고 보고,한미 양국 페이스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도 관측된다.

▽신상진 통일연구원 연구원

한미 정상회담 이후 등장한 새 변수들에 대한 북한 내부의 의견 조율과 이번 회담 의제에 대한 입장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 북측은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미국의 강경한 대북입장을 전달하며 미사일 및 재래식 군축 문제 등에 대해 전향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이때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결과적으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북한 내부에서 비춰질 수 있다는 것도 부담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한미 회담 결과에 대해 시간을 갖고 의견을 조율할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다.

▽유석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번 조치는 대북 강경책을 쓰고 있는 미국에 경고의 메시지르 보내는 한편 남한과의 화해·협력을 가로막는 미 제국주의각 공화국 압살 책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 이번 회담 연기로 남북관계가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거이다. 북측도 북미 관계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마저 차단될 경우 고립의 위험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담장에 나올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한)

북측은 미국의 대북 인식이 예상보다 강경한점,미국에 동조하는 한국의 태도 등에 불만을 느꼈을 것이다. 남측이 NMD에 반대하지 않고,대북 투명성 검증 등 미국의 입장에 기울고 있어 이에 대한 항의 표시도 담겨있는 것 같다. 이번 회담이 한미 정상회담 후에 처음 열리는 것이고, 김 위원장의 답방 문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서둘로 개최하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회담에 임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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