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사생활 엿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사생활 엿보기

입력
2001.03.14 00:00
0 0

사람의 생각 저변에는 남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알고 싶어하는 본능적 욕구가 있다. 엿보기가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그러나 남이 나의 사생활을 엿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헌법 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 받지 아니한다'고 똑 부러지게 명시해 놓고 있다.

■엿보기는 급속도로 확대되는 추세다. 엿보기를 통해 배우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고, 산업기술을 빼내며, 정적에게 타격을 가하고, 외교에 이용하거나 국가전략을 수립한다.

엿보기 활동을 국가 권력으로 잘 포장해 놓은 곳이 바로 미국의 CIA나 한국의 국정원이다. 엿보기 능력은 정보화 사회에선 매우 중요한 권력의 척도가 된다.

조지 오웰의 미래소설에 나오는 '빅 브러더'가 바로 이런 유형의 권력자다.

■엿보기가 정치적 이슈로 부상한지는 오래다. 한동안 도ㆍ감청 문제로 시끄럽더니 요즈음엔 남의 금융계좌를 뒤지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부당하게 금융계좌를 뒤지는 것도 중대한 사생활 침해 행위다. 계좌를 추적하면 살림살이 뿐만 아니라 행동반경이 모조리 파악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더 하다.

도청은 개인도 할 수 있지만 계좌추적은 공공기관이 아니면 안되고, 또 도청은 방어가 가능하나 계좌추적은 완전 무방비 상태다.

■그럼에도 계좌추적에 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야당은 정치인과 언론사 간부들에 대한 계좌추적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다.

검찰이 영장 없이 계좌를 추적하기 위해 은행 감사권이 있는 금감위 직원을 파견 받아 활용한 것이 그 근거라고 주장한다.

검찰과 금감위는 이를 부인한다. 가족과 친지들의 금융계좌가 고구마 줄기처럼 파 헤쳐졌다고 분개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더러는 본다.

국민의 정부에서 그럴 리야 없겠지만, 권력이 자의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시비는 적을 수록 좋다.

/이종구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